[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지난 4일(현지시간)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가운데 그리스 뿐 아니라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까지 위험하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전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더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의 이목이 7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가 열리는 브뤼셀에 다시 쏠리고 있다.
◇G20서 각국 입장차만 노출돼
G20회의에서 노출된 주요국들간의 입장차는 유로존 위기에 대한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정상들은 핵심 의제였던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확충에 기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채 유럽의 문제인만큼 유로존이 나서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대한 기여를 늘릴 것을 주문했다. 그러자 EFSF 확충시 가장 큰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EFSF 확대에 동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하는 나라를 찾기 어렵다"며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도 유럽 국가들의 거듭된 EFSF 참여 요구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지원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끝내 표명하지 않았다.
◇그리스 이어 이탈리아로 위기 확산
G20의 초라한 합의로 제기된 불안은 곧바로 증권시장에 반영됐다.
4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61.23포인트(0.51%),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7.92포인트(0.63%), 나스닥 종합지수는 11.82포인트(0.44%) 각각 하락했다.
런던 증시 역시 G20의 구체적 합의 불발 소식이 전해지자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까지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하락했다.
다행히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의 2차 구제금융 지원안에 대한 국민투표 부의를 철회하고,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내각이 4일 불신임안 표결에서 승리하며 그리스 사태는 급박한 파국을 피할 시간을 벌게 됐지만 아직 불씨는 꺼지지 않고 남아 있다.
여기에 더해 1조9천억 유로의 부채를 안고 있는 이탈리아가 그리스 이상의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유로존 형성 이후 최대인 6.4%로 치솟은 상태다. 독일과 프랑스에 이어 유로존 3위의 경제대국인 이탈리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경우 그 충격은 그리스에 비할 바가 아니며 유로존의 존속 여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런 가운데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유로존 붕괴에 대한 위기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음을 인정했다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는 심상치 않은 신호로 읽히고 있다.
현재 EFSF에 잔여기금 4천400억 유로가 있지만 이 중 절반은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지원에 쓰일 예정이어서 EFSF 확충에 유로존이 전격 합의하지 않는 한 이탈리아를 살릴 `실탄'은 부족해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이 8월 이후 이탈리아 채권을 매입하고 있지만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 촉각
G20 회의가 불발탄에 그치고 유로존 재정 위기가 이탈리아로까지 확산될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7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G20에서 중국 등 신흥국의 EFSF 참여와 미국의 IMF기여 확충을 얻어내지 못한 유럽으로서는 결국 스스로 난국을 돌파할 해법을 찾을 수 밖에 없게 됐기에 이번 재무장관 회의에서 어떤 자구책을 내 놓을지 주목되는 것이다.
이 회의에서 장관들은 그리스 대책을 협의하고, `이탈리아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구제기금을 확충하는 문제 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장관들은 현재 집행 대기 중인 80억 유로의 1차 구제금융 6회분 80억 유로를 지렛대 삼아 그리스 정당들이 EU의 2차 구제금융 지원안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할 전망이다. 또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약속한 조치들을 이행할 것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