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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일보 김송희 기자] 디지털카메라와 내시경 등 정밀의료기기를 생산해서 판매하는 일본 기업 올림푸스가 20년 가까이 분식회계를 했던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올림푸스는 비밀펀드를 조성해서 과거 20년간 유가증권에 투자했다가 입은 손실을 감추는 회계조작을 저지르는 희대의 회계부정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올림푸스는 8일 도쿄증권거래소에 "1990년대부터 유가증권의 손실을 메우고자 기업 인수시 외부 자문 수수료 등을 과다 지불하는 방식으로 분식 회계를 했다"고 공시했다.
다카야마 슈이치 사장도 같은 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기업 인수 과정에서 지불한 거액의 인수자금과 수수료가 회사의 증권투자 손실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돼 왔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림푸스는 분식회계의 책임을 물어 이날 기쿠카와 쓰요시 전 회장 겸 사장, 모리 히사시 부사장 등 핵심 경영진 3명을 해임했으며, 야마다 히데오 감사는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올림푸스는 4개사를 인수ㆍ합병(M&A)하는 과정에서 자문사와 짜고 인수대금과 수수료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후 이 자금으로 펀드를 구성, 회사가 보유한 유가증권을 높은 가격으로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올림푸스의 분식 회계 논란은 지난달 14일 CEO였던 마이클 우드포드를 해임하면서 불거졌다. 우드포드는 자신의 해임 사유가 올림푸스가 2008년 영국 의료장비 제조사 자이러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문사에 자문료를 과다 지불하는 등 장부상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가 사라진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올림푸스 이사진은 영국인인 우드포드가 일본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경영자로서 문제가 있어 해임했다고 반박했었다.
결국 마이클 우드퍼드 전 사장 해임을 계기로 촉발된 올림푸스 사태는 한 달도 안돼 희대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비화돼 회사가 상장폐지 등으로 인해 문을 닫아야 하는 존폐 위기에까지 놓이게 됐다.
이번 올림푸스 회계부정 사건에 대해 미 연방수사국(FBI), 영국 중대부정수사국(SFO), 일본 증권거래감시위원회 등이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올림푸스 경영진은 형사 처벌을 받게 될 전망이다. 또 일본 금융당국은 정밀조사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올림푸스 주가는 도쿄 증시에서 전날보다 29.01% 급락했다. 또 올림푸스의 분식 회계 논란이 불거진 지난 14일 이후로 주가가 70% 정도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