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유럽 재정 위기가 단기간에 쉽게 해결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아시아 및 중남미가 유럽 위기 대응을 위한 장기전에 돌입했다.
로이터는 14일(현지시간) 아시아와 중남미의 여러 나라가 금리를 내리는 등 유로 위기발 충격 극복에 착수했으며, 선진권에서도 호주와 캐나다에 이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가 `3차 양적 완화'(QE3)를 시사하는 등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 브라질 및 호주는 이미 금리를 내렸고, 멕시코와 칠레도 유동성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연준은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 영국, 일본, 스위스의 중앙은행들 및 유럽중앙은행(ECB)과 각각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었으며, 지난주에는 유로권과 일본에 대해 이 채널을 가동시켰다.
세계은행의 수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국장은 호놀룰루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동에서 회견하면서 "유로 위기가 쉽게 해결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각국이 장기 대응 모드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유로 위기 해결이 매우 힘든 과정이 되고 있기 때문에 유럽 경제 약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모두가 판단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상대적으로 재정이 양호한 경우는 감세와 지출 증대로 대응할 수 있으며, 일부 국가의 경우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을 시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유로 위기 충격에 어느 정도 버틸 여지가 있다"면서도 "위기가 6-12개월 안에 해결되기보다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AP는 이날 "유로 위기 파문이 미국에서도 느껴지기 시작했다"면서 "자동차, 태양열판, 제약, 의류 및 컴퓨터 장비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충격이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AP는 유럽연합(EU)이 미국의 1위 교역 상대이며, 올들어 첫 9개월간 공산품 교역이 거의 4천750억달러에 달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미 500대 기업 매출의 약 14%인 1조3천억달러도 유럽에서 창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웰스 파고는 유로 위기 영향으로 미국의 내년 성장이 당초 예상치보다 0.4%포인트 낮은 2.1%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으며, 골드만 삭스는 유로 충격으로 미국의 성장이 1%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AP는 "유로 위기가 미 경제에 다양한 충격을 가할 것"이라면서 "증시 침체로 소비가 더 위축되고 유럽 비즈니스 비중이 큰 미 기업의 매출 및 수익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유로 위기국 채권을 많이 가진 미국 다국적 은행이 현금에 더 집착해 여신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국 다국적 은행이 연준이 예치하고 있는 현금은 1조5천70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거의 5천800억달러나 증가한 것으로 AP는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