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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프랑스, 신용등급 AAA 국가 위상 이미 상실했다"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프랑스가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차입 부담 등에서는 이미 AAA 국가의 위상을 상실한 지 오래라고 AP통신이 1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AP에 따르면, 프랑스는 AAA 등급 국가 가운데 경제 규모가 절반가량인 호주를 제외한 나머지 같은 등급 국가(오스트리아 제외)에 비해 차입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4일 0.05%포인트 상승해 3.42%를 기록했다. 이는 독일의 거의 두 배이며, 2% 내외인 미 국채에 비해서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AP는 "이 수준의 수익률은 프랑스가 명목상으로만 AAA 국임을 의미한다"면서 "실제로 디폴트(채무 불이행)하지는 않겠지만 경제 근본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보좌관인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가 최근 라 트리뷴 회견에서 "상황을 솔직히 보자면 시장의 평가는 프랑스가 이미 AAA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해 크리스티앙 노이어 프랑스 중앙은행장이 반박하는 등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AP는 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지난주 '프랑스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됐다'는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이메일로 내보냈다가 얼마 후 "기술적 실수"라며 정정하는 촌극이 빚어진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는 프랑스 등급이 결국 떨어질 것임을 사실상 확인한 것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S&P 뿐만아니라 무디스도 지난달 프랑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아지면 AAA 등급이 유지돼도 차입 비용이 더 뛸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의 대니얼 그로스 소장은 "프랑스가 12개월 안에 AAA 등급을 상실할 것으로 본다"면서 "문제는 사르코지 정권이 대응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베렌베르크방크의 홀거 슈미에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프랑스가 AAA 등급을 유지하려면 내년 대선 이전에 전반적인 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AAA 등급을 가진 6개 유로국 가운데 프랑스가 재정 건전도에서 꼴찌"라고 지적했다.
 
AFP통신도 전문 분석기관인 유로 플러스 모니터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대상으로 벌인 재정 건전도 테스트에서 프랑스가 13위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 결과는 15일 헤르만 판 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주재하는 회동에 제출된다.

프랑스는 경제개혁 정도를 평가한 분석에서도 유로존 17개국 가운데 15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는 "지금부터 (EU 차기 정상회담이 열리는) 12월 9일까지가 중요하다"면서 "독일은 유로를 살리고자 어떤 것을 (정상회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유럽국들, 특히 프랑스는 독일이 (유로를 살리는 데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조건에 얼마나 충실히 부응할 수 있을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