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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서 저렴한 칠레산 키위 못 팔게 한 '제스프리' 과징금

[재경일보 김유진 기자] 일부 이마트에서 저렴한 칠레산 키위를 구입할 수 없는 이유가 밝혀졌다. 바로 뉴질랜드산 키위 공급업체 제프리스 때문이었다. 제프리스는 이마트에 키위 판매에 대한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칠레산 키위를 팔지 못하도록 했다. 대신 칠레산 키위를 판매하지 않는 이마트는 다른 대형마트에 비해 뉴질랜드산 키위 가격을 13% 가량 더 비싸게 판매해 결국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이처럼 대형마트에 경쟁제품인 값싼 칠레산 키위를 팔지 않는 조건으로 납품ㆍ판매해온 제스프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뉴질랜드산 키위 공급업체인 제스프리가 대형마트에 '칠레산 키위 판매 금지 조건'을 부과해 경쟁을 제한했다며 4억 2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스프리그룹과 제스프리인터내셔날코리아는 지난 2010년 3월 이마트 및 신세계푸드와 뉴질랜드산 키위 판매 직거래를 협의하면서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가 낮아져 가격이 싸진 칠레산 키위를 판매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그래서 올해부터 이마트·신세계푸드는 칠레산 키위를 판매하지 않았다.

이들은 또 롯데마트와의 직거래에서도 칠레산 키위를 판매하지 않는 조건으로 올해 4월 계약을 맺었다. 단 롯데마트는 불공정행위가 알려지면서 그해 5월부터 칠레산 키위 판매를 재개했다.

제스프리의 불공정행위로 인해 칠레산 키위는 대형마트 유통경로의 55%를 봉쇄당했고, 경쟁업체가 사라진 대형마트에서는 뉴질랜드산 키위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2010년 이마트에서 저렴한 칠레산 키위가 배제됨에 따라 제스프리 그린 키위 평균가격이 2009년 614원에서 2010년엔 696원으로 13% 상승했다"면서 "대형마트에서 칠레산 키위 시장점유율도 7.5%에서 5.9%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반면 뉴질랜드산과 칠레산을 모두 취급한 대형마트 A사와 B사의 경우 가격 상승이 없었다.

제스프트의 불공정행위로 인해서 결국 국내 소비자들은 저렴한 칠레산 키위를 구입할 수 있는 선택권을 차단당하는 것은 물론 더 비싼 키위를 구입해야 했다.

제스프리는 대형마트 키위시장에서 67.2%의(2010년 기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로, 판매시기(5월부터 1월까지 판매)가 비슷한 남반구 국가인 칠레산 키위(점유율 5.9%)와 경쟁관계에 있다. 그런데 지난 2004년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라 뉴질랜드산 키위는 45%의 관세율이 적용되지만 칠레산 키위는 지난 2008년 24.8%에서 지속적으로 낮아져 지난해는 12.4%의 관세율이 적용됐다. 2014년부터는 무관세가 적용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칠레산 키위와 가격경쟁에서 뒤쳐지게 된데다 지난 2009년 칠레산 키위가 브랜드화에 나서며 이마트에 진출해 제스프리의 시장지배력을 위협하기 시작하자 칠레산 키위를 이마트서 팔지 못하도록 하다 결국 공정위에 적발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쟁사업자를 배제한 전형적인 경쟁제한 사례"라며 "세계최대 키위 수출업체가 국내시장에서 소비자의 저렴한 칠레산 키위 선택권을 박탈한 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