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17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미국의 고용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채시장의 금리가 급등하면서 불안감이 확산된 탓에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3.77달러(3.7%) 빠진 배럴당 98.8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3.61달러(3.23%) 하락한 배럴당 108.27달러에서 움직였다.
이날 유럽 국채시장에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은 물론 프랑스까지도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유로존에 대한 공포가 극대화됐다.
프랑스 재무부는 이날 2년물, 3년물, 5년물 등 총 69억8천만유로어치의 국채를 매각했는데 5년물 발행금리가 2.82%로 지난달의 2.31%에 비해 0.5% 포인트 이상 크게 올랐다. 이번 국채 매각은 프랑스와 독일 국채의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전날에 이어 사상 최고치(2.00포인트)를 경신한 직후 이뤄졌다.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스페인도 35억6000만 유로 규모로 발행한 10년물 국채의 금리가 7%(6.975%)에 육박했다. 이는 구제금융 마지노선까지 오른 것으로, 지난 4월의 5.433%에 비해 대폭 뛴 금리이며 14년 만에 최고치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도 7.05%로 `위험선'인 7%를 유지했다. 이탈리아는 내년 2~4월 매월 400억~600억유로의 대규모 국채 만기도래가 예정돼 있어 지금처럼 높은 금리가 지속된다면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신임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이탈리아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으며, 유로존이 붕괴할 경우 유럽연합(EU)의 존립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발언해 시장의 우려를 크게 증폭시켰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이탈리아가 이미 경기 침체에 빠졌을 수 있다면서 시장 접근에 실패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존 국채 불안으로 인한 미 증시 하락도 유가하락에 일조했다.
17일(현지시간) 미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134.86포인트(1.13%) 하락한 1만1770.70을, S&P 500지수는 전일대비 20.78포인트(1.68%) 하락한 1216.13을 기록했다.
한편,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수는 전주대비 5000명 감소한 38만8000명을 기록했다.
금값은 안전자산 매수세가 실종되면서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12월물 금은 전날보다 54.10달러(3.1%) 떨어진 온스당 1,720.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최근 2주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