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국내 재벌그룹들이 유럽 재정 위기 등 대형 악재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던 3분기 실적에서 뚜렷한 명암을 보였다.
악조건 속에서도 실적 개선에 성공한 그룹이 있지만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며 주저 앉은 그룹도 있다. 시장 상황 외에 경영진의 리더십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해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그룹은 성장했지만 그러지 못한 그룹은 뒤로 처졌다.
SK와 삼성이 좋은 성적표를 들고 활짝 웃은 반면, LG는 최악의 성적표를 들고 울상을 짓고 있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Guide)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0대 재벌그룹 중 상장 계열사(연결재무제표 작성대상)의 3분기 순이익을 집계한 결과, SK그룹 상장 계열사 5곳의 순이익 합산치는 2조2천10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무려 172.12% 증가해 전 분기보다 순이익이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으로 이름을 올렸다.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대기업들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이다.
석유화학 부문의 업황 호조로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순이익이 506.23% 급증하며 그룹 전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또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 10곳은 순이익이 모두 합해 4조288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12% 감소하는 데 그치며 SK그룹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룹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불안한 IT 업황에도 강력한 품질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으로 순이익이 1.84% 감소하는데 그쳤다. 또 삼성물산(41.56%)과 제일모직(33.02%)은 순이익을 대폭 늘렸다.
이런 가운데 LG그룹은 대기업 가운데 3분기 성적이 가장 나빴다.
아직 3분기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지주사 LG를 제외한 이 그룹 상장 계열사 10곳의 순이익 합산치는 4천257억원 적자를 기록해 증권업계의 LG에 대한 3분기 순이익 예상치인 3천102억원을 더해도 LG그룹은 1천억원 이상의 적자를 면하지 못한다. LG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순이익 합산치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그룹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나란히 적자로 돌아선 것이 그룹 전체 실적 악화의 주원인이었다. LG화학은 순이익이 6.59% 감소하는 데 그치며 나름대로 선방했지만, 그룹 차원의 실적 악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LG그룹 외에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 6곳과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 3곳의 순이익 합산치도 각각 32.37%, 31.63% 감소하는 등 다른 그룹들도 경기 악화의 여파로 대체로 성적표가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