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유진 기자] TV홈쇼핑업체가 중소납품업체들로부터 상품 판매금액의 평균 30% 이상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마트들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매입해 높은 마진을 붙여 판매하면서도 중소납품업체들에게 평균 별도로 10%의 판매장려금을 징수하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5개 TV홈쇼핑(GS, CJO, 현대, 롯데, 농수산) 납품업체 69개사와 3대 대형마트(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납품업체 87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22일 밝혔다.
공정위는 TV홈쇼핑과 의류, 생활잡화를 거래하는 중소납품업체들이 미리 판매수수료율을 정하고 납품하는 경우 단순 평균 수수료율이 37.0% 수준이었다고 공개했다. 이는 최근 수수료율을 내린 백화점의 수수료율(25∼29%)보다도 10% 포인트가량 높은 것으로, 납품업체가 10만원짜리 물건을 팔면 3만7천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떼간 것이다.
평균 수수료율이 대부분 35%였으나 여성 캐주얼(41.3%), 여성정장(40%), 유니섹스 의류(38%), 가구·인테리어(37.5%) 등은 평균치를 넘었다. 여성 캐주얼의 경우 판매수수료율이 50%에 이른다는 응답도 있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또 일정 금액을 사전에 판매수수료로 지급하기로 하고 홈쇼핑에 의류, 생활 및 가전제품을 납품해 판매하는 경우 단순 평균 수수료율은 판매금액의 32.6%에 달했다.
정액제 수수료는 홈쇼핑 회사가 납품업체에 판매 금액의 일정 비율이 아닌 1회 방송당 정해진 액수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상품이 잘 팔릴지 여부가 불분명한 중소 신규 업체에 대해 주로 이 방법을 사용했다.
공정위는 판매수수료를 정률로 지급하거나 정액으로 내거나 TV홈쇼핑의 판매수수료가 백화점(중소납품업체 32%, 국내 유명업체 28%)보다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TV홈쇼핑 납품업들은 또 판매수수료 외에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인 ARS 할인비용, 무이자할부비용, 세트제작비용 등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납품업체들의 1순위 애로사항인 ARS 할인비용은 1개 홈쇼핑에 대해 업체당 평균 4천800만원(53건 분석) 부담하는 것으로 파악됐고, 무이자 할부비용으로는 평균 3억6천만원을 썼다.
대형마트(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도 식품 및 생활용품을 거래하는 중소납품업체로부터 평균적으로 납품대금의 10%를 판매장려금를 징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욕실ㆍ위생용품의 경우엔 판매장려금 비율이 12.1%로 가장 높았다. 일부 생활용품과 신석식품은 판매장려금으로 판매액의 20% 이상을 지불했다.
대형마트는 납품업체로부터 직접 물건을 구입한 뒤 마진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직매입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강제로 판매장려금을 요구할 수 없지만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일부 대형마트는 판매장려금을 빌미로 납품단가를 조절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정진욱 가맹유통과 과장은 "대형유통업체가 높은 마진을 취하면서 납품업체에 판매장려금까지 일방적으로 요구해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납품업체들의 일반적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대형마트와 거래하는 중소납품업체들도 판매장려금 이외에 물류비, 판촉사원 인건비 등을 부담하고, 계약기간에 판매장려금 인상, 상품권 구매 강요 등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마트 납품업체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물류비는 1개 대형마트에 대해 업체당 연간 평균 7천600만원에 달했다. 대형마트가 요구한 판촉사원 비용으로도 연평균 2억3000만원을 지불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대형유통업체의 독과점 구조로 말미암아 중소납품업체들은 시장논리가 아닌 힘의 논리에 따른 높은 비용을 부담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TV홈쇼핑 및 대형마트의 판매수수료(판매장려금) 인하를 이달 중 마무리하고 10월분부터 소급적용토록 독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3대(롯데, 신세계, 현대) 백화점과 5개 TV홈쇼핑, 3개 대형마트를 제외한 나머지 대형유통업체에 대해서도 판매수수료 자율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