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전자제품 판매업체인 하이마트와 대주주인 유진기업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최대주주인 유진그룹이 하이마트 창업자인 선종구 회장 대신 직접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며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은 "경영권 보장 약속을 어겼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유진그룹측은 "선 회장에게 경영권 전담 약속을 한 적이 없다"며 경영권 인수를 그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23일 유진그룹과 하이마트에 따르면, 유진기업은 하이마트를 인수할 때 끌어들인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 중 6.9%의 콜옵션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
하이마트는 2007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가 보유한 지분 100%와 경영권이 유진그룹으로 매각됐으며, 지난달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하이마트 공동대표로 선임되면서 선 회장과 공동대표 체제가 됐다.
이런 가운데 콜옵션이 행사되면 유진기업이 보유한 하이마트 지분율은 38%까지 높아진다. 현재 유진기업이 보유한 하이마트 지분은 31.3%,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측은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포함해 약 28%다.
또 30일 하이마트의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한 후 이사회를 개최해 대표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특히 하이마트 이사회 안건이 ‘대표이사 개임(改任)’으로 긴급 수정된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서는 유진기업이 선정구 회장의 퇴임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하이마트 창업주이자 2대 주주인 선종구 회장이 3천여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유진그룹이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선 회장은 이메일에서 "유진이 경영을 제게 전담하도록 했던 약속을 깨면서 경영 참여를 위한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무리하게 여는 등 경영에 간섭해 더는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선 회장은 "유진기업은 약 70%에 해당하는 주주들의 이익에 반할 수도 있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저와 경영진은 소유지분의 처분과 거취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할 때에는 선 회장에 경영을 전담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유 회장이 지난달 공동대표로 올라서고 FI 주식의 콜옵션 행사까지 검토하자 선 회장 측이 반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은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계열사 경영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며 하이마트 측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유진이 최대주주인데 그쪽에서 경영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말이 안 되며, 선 회장에게 경영권 전담을 약속한 적도 없다"며 "그룹 오너가 대표이사를 안하는 게 문제지 대표이사로 등재되는 게 무슨 문제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룹은 콜옵션 행사에 대해서도 "콜옵션을 행사하면 우리 지분이 올라가게 된다"며 "최대주주로서 주가가 좋은 상태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