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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그룹-하이마트 경영권 분쟁 격화… 내일 동맹 휴업

[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하이마트 최대주주인 유진그룹과 2대주주인 선종구 현 하이마트 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전자제품 판매업체인 하이마트는 유진그룹과 선종구 현 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전국 304개 지점 임직원들이 25일 연차 휴가를 내고 동맹 휴업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양측의 갈등은 하이마트 창업주인 선종구 회장이 "유진그룹이 경영권에 개입하려 한다"고 반발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사원들에게 돌리면서 외부에 본격적으로 노출됐고, 이에 유진그룹이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꺼내 들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양상이다.

유진그룹과 선 회장 사이의 갈등은 이미 지난달부터 표면 위로 불거졌다.

지난달 6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하이마트 공동대표로 선임되고 최근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 중 6.9%의 콜옵션 행사를 검토하는 등 경영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에 경영권을 빼앗길 것에 대한 위협을 느낀 선 회장은 22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나에게 회사 경영을 전담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지난 18일에는 회의석상에서 "하이마트를 떠나 새로운 회사를 차리자"라는 '자폭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갈등이 숨길 수 없이 공개적으로 드러나자 유진그룹은 이날 "선 회장이 회사 임원들을 빼내 경쟁사를 차리려 했다"고 폭로전에 나섰고, 이에 맞서 하이마트 경영진과 임직원은 "유진이 그룹만의 이익 챙기기에 나섰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내일 동맹 휴업에까지 나서기로 했다.

유진그룹은 이날 하이마트 사태에 대한 입장 자료를 내고 "선 회장이 지난 18일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하이마트를 떠나 새로운 회사를 차릴 테니 21일까지 동참 여부를 알려달라'고 임원들에게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하이마트는 임직원과 주주들의 회사로, 경영권을 누리지 못할 바에야 회사를 망가뜨리겠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실행 여부를 떠나 모든 주주와 회사 관계자의 신뢰를 저버린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유진그룹에 따르면, 선 회장은 그룹의 양해로 지난 4년 동안 단독대표로 회사를 이끌어왔지만 지난달 유경선 그룹 회장이 하이마트 공동대표로 선임되면서부터 그룹과 갈등을 빚어왔다. 선 회장은 당시 유 회장의 공동대표 선임을 논의하는 이사회에 사전연락 없이 불참했다가 이후 공동대표가 아닌 각자대표를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고, 최근 들어 다시 자신을 단독대표로 해달라며 문서 확답을 요청했다고 그룹 측은 전했다.

선 회장의 단독대표 요청에 불쾌함을 느낀 유진그룹은 선 회장의 교체를 요청하는 '대표이사 개임(改任)' 건을 오는 30일 이사회 안건으로 추가하기로 했다. 대표이사 개임 안건을 추가하기로 한 결정은 지난 22일 선 회장이 하이마트 임직원에게 그룹 측의 경영 참여를 비판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직후에 이뤄졌다고 그룹은 설명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M&A를 통해 하이마트를 인수했는데 정작 최대주주가 경영개입을 못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은 하이마트 인수 이후 4년 동안 한 번도 배당을 받은 적이 없고 하이마트 납품업체와 거래한 적도 없어 경영권 참여가 주주들의 이익을 해친다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유진그룹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서자 하이마트 경영진과 임직원은 유진그룹의 경영권 확보에 반대하는 비대위를 구성했다.

하이마트 비대위는 이날 대치동 본사 앞에서 결의식을 열고 성명서를 통해 "하이마트 임직원이자 주주인 비대위는 유진의 일방적 경영권 장악을 위한 대표이사 개임 안을 반대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유진그룹이 그동안의 부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영권을 장악해 유진만의 이익 챙기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사회에서 선종구 회장이 해임되고 유진이 경영하게 될 경우 경영진과 우리사주 조합원 모두는 소중한 재산을 부실한 유진에 맡길 수 없어 전량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하이마트 전국 304개 지점의 임직원 5천여 명이 25일 하루 연차휴가를 내고 사실상 '동맹 휴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유진그룹이 4년 전 하이마트를 인수할 때부터 잠재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한 것은 그룹의 성장 모멘텀을 ▲건설소재 ▲유통 ▲금융 등 3대 사업군으로 정해 하이마트의 유통망과 그룹의 다른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유진그룹이 하이마트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그리고 이런 연장선상에서 유진그룹은 지난달 유경선 회장을 하이마트의 공동대표로 선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권 행사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선 회장이 2대 주주라고 하지만 그 지분이 곧 경영권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며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했는데 정작 최대주주가 아무런 경영개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 회장은 유진그룹이 최대주주이기는 하지만 인수 당시 선 회장에게 경영권을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이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