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유럽 재정위기가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을 넘어 프랑스, 벨기에, 독일 등 서유럽 핵심국가로까지 확산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붕괴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유로존 붕괴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증시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당시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아 1,000선 아래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증시분석가들은 28일 내다봤다.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리스의 이탈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고 이탈리아의 이탈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대형은행들과 금융감독당국은 이미 유로존 붕괴에 대비한 비상대책 마련에 착수, 먼저 그리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들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이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하면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의 구제금융까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 유로존 붕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전환이 빨리 이뤄지면 사태해결의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ECB 역할 확대 등을 놓고 프랑스와 독일 간의 이견이 계속되고 있어 쉽게 결론이 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유럽 위기가 내달과 내년 1월에 중대 분수령을 맞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존 붕괴여부가 이 때 어느 정도 결정이 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먼저 그리스는 1차 구제금융 6차분인 80억 유로를 받아야 다음 달 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길 수 있고, 내년 1월에는 2차 구제금융 1천300억 유로 중 800억 유로를 지급받아야 하지만 내부 정치적 정황상 지원을 받기 어려워 1월 중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유로존을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다음으로 이탈리아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유럽 위기가 남부유럽을 넘어서 유럽 핵심부로 전이될 것인지가 이탈리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이탈리아는 내년 2월부터 대규모 국채만기를 맞이한다. 그전인 올해 12월이나 1월에 이탈리아가 강력한 재정개혁에 돌입하고 독일도 태도를 바꿔 ECB의 국채매입 확대나 유로본드 발행 등 사태의 근본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만약 독일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유로존은 붕괴의 수순을 밟을 것이다. 이탈리아 문제를 진화하지 않는다면 위기가 프랑스로 옮아붙을 게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유로존의 붕괴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증시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붕괴 당시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유럽 위기 상황이 고조되고 있어 내년 1월 안에 ECB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면 유로존 붕괴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유로존이 붕괴된다면 한국증시는 리먼브라더스 파산 당시보다 더 심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코스피는 1,000선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 재빠른 대응에 나섰는데 유로존의 경우 붕괴시 각개전투가 예상된다"며 "그러면 위기를 극복하는데 시간도 훨씬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영증권 김 팀장은 "유로존이 붕괴된다면 유럽은행들이 우리나라 채권·주식을 팔고 대출을 회수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며 "대유럽 수출은 미국보다 많아서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리먼 브러더스 파산 당시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