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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조업, 세계 제조업 부진 속 나홀로 호조

[재경일보 유재수 기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등 전 세계 제조업 경기가 악화되고 있지만 미국만 호조를 이어가며 세계 제조업의 견인차로 부상하고 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제조업 지수가 11월에 52.7로 전달의 50.8에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51.5를 웃도는 것이며, 지난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11월 미국 자동차 판매 대수는 연간 환산 기준 1천360만대를 기록, 시장 기대치 1340만대를 뛰어넘은 것은 물론 3개월 연속 1천300만대를 웃돌고 있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미국 정부가 자동차업계 경기 진작을 위해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을 실시한 2009년 8월 이후 자동차 판매가 가장 활기를 띠며 제조업 호조를 견인하고 있다.

ISM의 신규주문 지수도 11월에 지난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수출 지수 역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만 제조업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최근 안정되고 있고 소비시장도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ISM는 "향후 몇 달 동안 원자재 가격이 안정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제조업체들이 경기를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언 셰퍼슨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가 마침내 실질적인 (성장의) 추진력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캐스트의 션 인크레모나 이코노미스트도 "지수들을 볼 때 상승세가 일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제조업 호조는 세계 다른 지역의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두드러졌다.

JP 모건이 1일 공개한 전 세계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는 11월에 49.6으로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지수는 이로써 3개월째 50을 밑돌았다.

지수 하락은 고용 창출이 지난 2년여 사이 저조한 것으로도 뒷받침됐다.

중국의 공식적인 PMI는 11월에 49에 그쳐 근 3년 만에 처음으로 50을 밑돌았다.

중국 물류구매연합회(CFLP)에 따르면, 11월 중국 제조업 PMI는 49를 기록해 2년9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제조업 상황을 반영하는 비공식 지수인 HSBC PMI도 신규 주문 위축에 크게 영향받아 10월에 51이던 것이 11월에는 47.7로 크게 낮아졌다.

유로존은 더욱 심각해 11월 PMI가 46.4로 2년여 사이 최저를 기록했다. 역내 2대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제조업 위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도 11월 PMI가 47.6으로 2009년 6월 이후 가장 낮아 경기 부진의 심각성을 뒷받침했다.

유럽과 중국의 제조업지수 악화는 유로존 재정위기 심화 등의 문제로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공장을 가동시키는 수요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의 신규 주문은 2009년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중국의 신규 주문도 전월에 비해 2.7포인트 하락했다.

하워드 아처 IHS글로벌의 유럽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제조업 활동이 4개월 연속 위축됐다"며 "유로존이 올해 4분기에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도 제조업 지수가 11월에 4개월째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11월 수출이 전문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으나 신규 주문이 위축되기 때문에 그 추세가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