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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해결 위해 세계 유동성 확대 물결 일어… 한은도 금리 내릴까

[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세계적인 경제난을 해결하려는 각국이 금리를 인하하며 유동성 확대에 나서는 움직임이 뚜렷한 가운데, 수개월째 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릴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각국은 서민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가를 제대로 잡지 못해 물가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를 인하해 유동성을 늘림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는 것은 불황이 예상외로 심각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유동성 확대의 형태는 기준금리, 달러 스와프 금리, 지급준비율 인하 등 다양하지만, 공통적인 목표는 경기 연착륙 유도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11월 물가 상승률이 다시 4%를 상회하는 등 물가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에 시중 통화량을 늘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계획이 현재로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기조가 계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인 BNP파리바는 불황이 심화하는 내년 상반기에는 한국도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 경기침체 막기 위해 유동성 확대 본격화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1.5%에서 11.0%로 0.5%포인트 인하했다. 8월, 10월에 이어 올해 세번째다.

인도네시아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6.5%에서 6.0%로 내렸다. 10월 이후 두 달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중국은 내년 초부터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지준율 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말 이후 3년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중국의 긴축정책 완화 신호탄으로 읽히고 있다.

터키(8월), 이스라엘(9월), 유럽연합ㆍ호주(11월)도 하반기 들어 잇따라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특히 글로벌 유동성 확대를 위해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스위스, 캐나다 등 6개 중앙은행이 지난 1일 달러 스와프 금리를 대폭 내렸다. 시장에서는 이 조치로 인해 유럽의 신용경색이 완화되는 것은 물론 경착륙 조짐을 보이는 세계 경기의 연착륙 유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한국은행도 내년 상반기엔 금리 인하 가능성

이 같은 세계적인 유동성 확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불안한 물가로 인해서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석 달 만에 4%대로 올라섰다. 금값 등을 반영한 구(舊) 지수로는 무려 4.6%에 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에도 금리동결 기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취업자 수, 수출증가율, 경상수지 흑자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양호하지만 경기 흐름이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권으로 진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내수판매가 곤두박질 치고 유통업체의 매출 성장률이 뚝 떨어진 것은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10개 외국계 투자은행이 제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이미 3.6%까지 떨어져, 지난 1월의 4.5%보다 0.9%포인트나 추락했다. 스위스 은행인 UBS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8%까지 낮췄다.

전문가들은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물가가 3%대로 안정될 경우 한국은행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르면 그 시기가 내년 초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인 BNP파리바는 11월 근원소비자물가(변동성 심한 석유류ㆍ농산물 제외) 상승률이 3.5%로 물가 목표치 안에 있어 내년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