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현정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로안정화기구(ESM)의 발족을 내년 7월로 1년 앞당기는 방안을 EU 정상회의 합의문 초안에 넣었다.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예외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당해년도 재정적자 비율이 기준치의 0.5%를 초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도 삽입했다.
EU 집행위는 9일 정상회의에 논의자료로 사용될 합의문 초안에서 기금 규모 5천억 유로의 ESM을 내년 7월 2일 발족시키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도 2013년 중반까지 유지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당초 ESM은 한시적 제도인 EFSF를 대체하는 항구적 기구로 2013년 출범하기로 되어 있었다.
운용 여력 잔액이 약 2천500억 유로인 EFSF가 1년간 ESM과 병존할 경우, 비록 1년 동안이지만 EU의 위기 대응능력이 그만큼 더 커지게 돼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행위와 상당수 유로존 국가들은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ESM의 조기 출범을 주장해 왔으나 독일 등은 이에 반대, 이번 정상회담에서 타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집행위 초안은 또 "ESM이 직접 금융기관들을 재자본화할 가능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며 신용기관으로서 필요한 틀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ESM에 유럽중앙은행(ECB)을 대신해 시중은행들에 자금을 직접 대출해 줄 수 있는 은행 역할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ESM이 ECB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 위기진화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것이다.
초안은 또 "회원국 정부는 원칙적으로 균형예산을 편성해야 하며 경기침체로 부양책이 필요할 경우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적자예산을 짤 수 있고 이 경우에도 `구조적 적자'의 한도는 GDP의 0.5%로 제한된다"고 규정했다. 즉, 예외적 상황일 경우 재정적자를 GDP 대비 3.5%까지 허용한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 GDP의 3% 이하로 규정돼 있는 성장ㆍ안정협약의 재정적자 기준을 크게 초과한 나라들이 많고, 무리한 긴축으로 경제가 더 위축돼 세수가 줄어들어 결국 부채 감축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초안은 "정상회의는 EU의 통합, 유로존과 EU 전체의 응집력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확인했으며 이를 최우선의 목표로 삼아 현 난국을 함께 극복해야 함을 매우 단호하게 밝힌다"면서 경제정책 조정력의 대폭적 강화와 `신 재정체제(new fical compact)'에 합의했다고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