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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신협 자산 300조 돌파… 예금밀물·대출급증로 2년새 40조 늘어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금융감독원이 농협·신협 단위조합에 대한 정밀 점검에 나섰다. 이들의 덩치가 비정상적으로 커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1천150개 농협 단위조합의 자산은 2009년 말 222조3천억원에서 올해 10월 말 252조7천억원으로 13.7% 증가했다. 950개 신협 단위조합의 자산도 같은 기간 40조원에서 48조6000억원으로 21.5% 늘었다.

2000여개 농협·신협 단위조합의 자산을 합치면 300조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이는 2년도 안 돼 자산규모가 15%(40조원) 가까이 커진 것이다.

수도권에 있는 농협 단위조합은 자산이 수조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 일개 단위조합이 웬만한 대형 저축은행보다 자산이 많은 것이다.

이 같은 농협과 신협의 자산 급팽창은 대출 증가에서 비롯했다.

신협의 총여신은 2009년 말 23조1천억원에서 올해 10월 말 30조2천억원으로 30% 넘게 늘었다. 농협도 같은 기간 139조4천억원에서 153조2천억원으로 9.9% 증가했다.

농협ㆍ신협의 대출 증가세가 통제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예금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다.

비과세 혜택을 받다 보니 몰려드는 예금 탓에 10월 말 예대율은 신협이 71.1%, 농협이 74.9%에 불과하다. 예대율 100%를 기준으로 하면 30%가량 더 대출할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올해 하반기 들어 은행권의 가계대출 중단사태 탓에 대출 수요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상호금융에 몰린 것도 한 원인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국내외 경기 둔화와 부동산 침체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대출 급증은 위험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농협과 신협의 급격한 대출 증가세에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이 단기간에 빨리 늘면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부당하게 했을 소지가 있다"며 "나중에 부실의 싹이 될 수 있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수천 개로 흩어진 농협과 신협의 단위조합이 저마다 대출 늘리기에 혈안이 됐다는 판단에 대출이 규정에 따라 제대로 이루어졌는 지 확인하기 위해 정밀 점검에 착수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농협ㆍ신협 단위조합의 총여신 증가율은 매월 0.5∼1.0%씩 늘었으며, 한도를 넘겨 많은 돈을 빌려주는 부당대출 정황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담보가치를 부풀리거나 엉터리 기준을 적용해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을 우회했는지도 살펴보겠다"라고 말했다.

돈을 더 많이 빌려줄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조합원을 내세운 차명대출이 이뤄졌거나 주소지 등을 속여 사업권역 외 대출을 취급했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금감원은 농협ㆍ신협의 대출 급증에 대한 정밀점검과 별도로, 농협 단위조합의 대출비리 가능성도 살펴보기로 했다.

최근 검찰의 수사망에 걸린 과천농협처럼 금리를 부당하게 적용해 이득을 챙겼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과천농협은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하락하자 가산금리를 올리는 수법으로 4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가 검찰에 포착됐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농ㆍ축ㆍ수협과 신협 등 69개 단위조합이 대출금리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을 적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2의 과천농협' 같은 사례가 없는지 수도권 대형 농협조합을 중심으로 농협중앙회가 자체 조사하도록 요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