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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환구시보, 이례적 저자세… "中어민 교육수준 낮은 점 이해해줘야"

[재경일보 박소영 기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가 14일 사설을 통해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조업과 해경 살해 등으로 나타난 중국 어민들의 폭력행위에 대해 한국 측의 양해를 구했다.

환구시보는 그동안 강한 민족주의적 성향으로 아전인수격 보도만 내놓아 중국 국내외의 비판을 받아온 신문이라 이 같은 사설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이 중국 어민에 의한 한국 해경 사망 사건으로 한국과 심각한 외교 갈등을 빚는 것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어민이 많은 나라이며, 중국 근해의 어족 자원이 고갈되면서 최근 공해 상으로 어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계속되고 있는 중국 어민들의 한국영해에서의 불법조업에 대해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 해역을 넘나들며 불법 조업을 하고 있는 중국 어민들은 오만한 해적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아슬아슬한 경계 위를 걷고 있는 이들일 뿐"이라고 일부 언론과 여론이 중국 어민을 해적으로까지 몰아붙이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 "중국은 비록 한국에 비해 강대한 나라이고 경제 총량면에서 한국의 몇 배나 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분의 1 수준"이라며 "보편적으로 중국인은 한국인에 비해 가난하고, 교육 수준도 한국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중국 어민에게 해경과 충돌했을 때 외교관처럼 점잖게 예의를 갖추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중국 어민에 대해 한국측의 양해를 구했다.

아울러 "한국 사회는 '중국은 근본적으로 한국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다.', '급성장한 대국으로서 한국에 대해 오만하다'는 가설에 사로잡혀 있다"며 "한국 여론이 어민의 구체적인 행동을 중국의 국가적 행위로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축구에서 예술에 이르기까지 중국사회는 한국을 존중한다. 중국인들은 한국 문화에 호감을 갖고 있고, 한국상품도 중국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며 "한국 사회는 마음을 열고, 사소한 문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중한관계의 큰 국면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중국의 한국에 대한 선의를 알아줘야 한다"고 밝히고, "한국 여론은 중국 외교부가 사과하기를 요구하는데, 조사가 끝나지 않아서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이라며 외교부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것에 대해 기다려주기를 부탁했다.

또 "중국은 한국과 전략적으로 충돌할 일이 없다. 구체적인 일은 그에 맞춰 논하고, 적절히 처리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중한 관계 전체를 문제로 삼기보다는 해경 사건 자체를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한국은 이번 일을 통해 '우리는 업신여김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굳이 중국에 증명할 필요가 없다. 한민족의 강한 자긍심은 중국인들도 이미 잘 알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