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윤식 기자]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에 이어 한국 정보통신(IT) 업체들이 잇따라 일본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T 업체의 각축장이자 게임 종주국이며 금융선진국인 일본을 발판으로 삼아 전 세계로 진출하겠다는 생각에서다.
16일 도쿄증권거래소(이하 도쿄증시)에 따르면, 넥슨 일본법인이 지난 14일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한 데 이어 원격지원 솔루션 업체인 알서포트와 데이터베이스(DB) 관리 업체인 웨어밸리가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
넥슨은 도쿄증시 1부 시장에서 주식을 발행하기 시작했고, 규모가 작은 알서포트와 웨어밸리는 한국 코스닥 시장과 비슷한 도쿄증시 마더스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마더스는 높은 성장가능성을 지닌 신흥기업들을 위해 지난 1999년에 개설된 시장이다.
도쿄증시 관계자는 "알서포트와 웨어밸리 외에도 IT 업체 4∼5개사가 코스닥과 마더스 상장을 놓고 검토하는 중"이라며 "한국 IT 업체가 4∼5년 안에 잇따라 도쿄증시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IT업체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검증을 받아 덩치를 키운 후에 미국, 중국 등 세계로 진출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넥슨 일본법인의 최승우 사장은 14일 상장 기념식에서 "넥슨의 세계화 달성에 게임 종주국이자 금융선진국인 일본 시장이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상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알서포트 또한 일본을 세계 각국의 소프트웨어가 격돌하는 IT 각축장으로 평가하며 일본 시장에서 검증을 받으면 미국이나 중국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보고 도쿄 증시 상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IT 기업 외에 리튬전지 분리막 제조 업체인 더블유스코프도 16일 도쿄증시 마더스 시장에 상장한다.
또 도쿄증권거래소 측에 따르면, 한국 상장지수펀드(ETF) 4개 종목도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한국거래소와 도쿄증권거래소 그룹은 양국 ETF의 교차 상장 추진 등의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도쿄증시 관계자는 "일본을 발판 삼아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한국 IT 기업의 욕구와 한국에서 신규 상장 기업을 발굴하려는 도쿄증권거래소의 판단이 맞아떨어졌다"며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서구에서 중화권으로 급속히 넘어가는 가운데 중간에 낀 한국과 일본이 휩쓸리지 않으려면 서로 손을 잡고 파이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