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에까지 악영향을 줘 내년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들이 투자를 뒤로 미룰 가능성이 높은 데다 소비자들의 지갑도 꽁꽁 닫힐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20일 경제연구소와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북한의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 내부에 권력 다툼이 나타나 김정은 체제가 흔들리면 한반도 정세에 불확실성이 고조돼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일 수 있고 실물경기에도 타격을 주는 연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팀장은 "기업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며 "과거에는 북한 위험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지만 이번에는 중장기적으로 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수 있다. 북한의 체제가 신속히 안정을 찾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솔로몬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심리가 불안해지면 환율 급등 등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결국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고, "극단적으로 보면 북한 정권이 붕괴할 수도 있는 문제여서 한국 경제에 큰 리스크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정세 불안이 단기에 마무리되지 않으면 불확실성 문제를 비중 있게 고려하는 대기업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 심리가 급랭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금융연구원 이명활 국제거시금융실장은 "과거 지정학적 위험 때는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면서도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서 상당 기간 불안이 지속된다면 소비와 투자 등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윤석 리서치센터장은 "북한의 체제나 정책 변화에 따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 만일 체제 붕괴 조짐이 나타난다면 한국 경제는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노무라금융투자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인 위험이 커질 것이다.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대에서 단기적으로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