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SK그룹, 검찰 수사 여파로 그룹 시무식 포기할 듯… 1953년 창립 이후 처음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SK그룹이 검찰 수사 여파로 가장 중요한 그룹 단위의 행사인 시무식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1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검찰의 고강도 수사로 인해 3~4개월째 '경영공백'이 계속되면서 인사와 투자 등 경영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시무식까지 포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룹 전체가 술렁거리고 있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28일 "당초 내년 1월 2일 개최 예정이었던 그룹 시무식이 현재 상황이라면 취소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밝혔다. SK그룹은 매년 이 시기에 그룹 시무식에 대해서 공지했지만, 이번에는 각 관계사에 이런 통보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그룹 시무식 포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SK그룹은 시무식을 개최하지 않는 것은 1953년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SK 관계자는 "총수 일가에 대한 수사가 1년 이상 계속되고 있고 최재원 수석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면서 그룹은 사상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며 "지금처럼 글로벌 경제위기와 북한발 대형 이슈에 따른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시무식마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룹 전체가 공황에 빠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SK그룹은 매년 1월 첫번째 월요일 오전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시무식을 갖고 최태원 회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임원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해 경영 화두와 비전을 공유하면서 새해를 시작해왔다. 올해 초에도 최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세계 각 지역에 기업가치 100조원의 회사를 여러 곳 만들어 나가자'는 내용의 비전을 발표하며 '붕정만리(鵬程萬里) 경영'을 선포한 바 있다.

그러나 그룹 단위 시무식이 최종적으로 무산될 것으로 보여, 내년에는 계열사별로 조촐하게 시무식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재원 SK 부회장이 구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검찰 수사를 계속해서 받고 있는 최태원 회장까지 구속될 경우 SK그룹은 더 크게 휘청거릴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최근 몇 년동안 최 회장까지 직접 일선에 나서서 글로벌 성장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강력하게 추진해 온 대형 해외사업들에도 차질이 발생하는 것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SK그룹 홍보 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와 해외시장 진출 등 경영현안이 많이 있는데도 검찰 조사가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임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실제 사업에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전사적으로 나서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