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애플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이 벌이고 있는 특허소송의 결과들이 속속 나오면서 애플이 지금처럼 전 세계에 걸쳐서 특허소송을 계속해서 벌일지 로열티를 받고 화해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꿀 지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고 미 일간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이 2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5일 사망한 애플의 공동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시작한 특허소송의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특허 전문가들 사이에서 애플이 안드로이드 진영과 화해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호주에서 삼성전자 갤럭시탭10.1에 대한 판매금지결정이 나오고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HTC모바일 기기들에 대한 수입 금지를 검토할 때만 해도 애플의 소송전략이 맞아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호주 상급법원이 판결을 뒤집고 갤럭시탭10.1의 판매를 허용한데 이어 ITC가 애플에 부분 승소판결을 내리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적재산권 컨설팅업체인 3LP어드바이저의 파트너인 케빈 리베트는 "애플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경쟁자들과 화해를 모색해야할 시기"라며 "애플이 법정에서 승소해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더라도 경쟁사들은 차선책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지적재산권 최고책임자를 역임했던 마셜 팰프스는 특허소송의 역사도 애플의 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허로 경쟁사의 시장진입을 막는데 성공한 사례는 없다"며 "소프트웨어는 특허침해를 피해가는 방향으로 살짝 변화만 주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많은 특허 전문 변호사들의 관심도 애플이 '언제' 특허소송을 취하하고 특허에 대한 로열티를 받기로 결정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삼성전자나 HTC에서 받고 있는 것보다 많은 기기당 10달러씩의 로열티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미국 정부가 보유한 현금보다 많을 정도로 워낙 많아 로열티 수입은 애플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것이 아니어서, 전문가들은 애플이 특허소송 외에 또 다른 형태로 안드로이드 진영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 대한 소송을 철회하는 대신 삼성전자가 6개월∼1년간 애플의 특허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거나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부품 가격을 낮추는 것 등을 지목했다.
또 애플이 아이패드 크기의 태블릿PC 시장에 집중하는 대신 삼성전자는 7인치 시장에 집중해 킨들 파이어와 경쟁하는 등 서로 다른 시장에 집중하기로 합의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삼성전자가 아이튠스를 이용하도록 허용할 경우, 삼성전자의 매출이 증가할 뿐아니라 최근 애플의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아마존의 이익을 낮추는데 기여하는데다 구글에 가까운 삼성전자의 애플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어 합의가 가능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케빈 리베트는 "내가 애플이라면 로열티를 받는 쪽으로 전략을 전환함으로써 자신들의 기술이 보다 널리 채용되고 경쟁자들의 공격을 늦출 것"이라며 "이것이 게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