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배규정 기자] 최근 부실저축은행들이 든든한 새 주인을 맞았지만 직원들에게는 혹독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대다수 직원들이 1년짜리 계약직이나 파산재단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제일2ㆍ에이스저축은행의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하나금융지주는 4일부터 두 저축은행에 대한 자산ㆍ부채를 실사한다. 이미 두 은행의 직원 100여명을 인터뷰했다. 결과에 따라서 부실자산이 많다고 드러나면 가용자산 규모가 줄어 그만큼 상당수 인력이 그만둬야 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실사를 마쳐보기 전까지는 저축은행 직원들의 신분 변화를 언급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이스저축은행 관계자는 "벌써 상당수 직원이 불안감에 못 이겨 다른 저축은행이나 신탁회사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전했다.
제일저축은행을 인수한 KB금융지주는 가장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KB금융지주가 원칙으로 삼고 있는 `자산규모 대비 인력배치'에 따라 30대 후반 과장급 이상은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KB금융 관계자는 "직원 200여명인 제일저축은행의 자산이 직원 20~30명인 국민은행 지점 하나에도 못 미친다"며 "모든 인력을 끌어안는 건 불가능하고, 계약직 채용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저축은행 인력의 일부는 우량한 자산ㆍ부채만 넘긴 새 저축은행에 남고 나머지는 파산재단으로 보내져 `설거지'만 하다가 쫓겨날 판국이다.
신한금융지주에 넘어간 토마토저축은행 직원 160명 가운데 약 30명은 신한저축은행 대신 파산재단에 배치됐다. 월급을 10% 깎인 이들은 부실 자산을 정리해 예금자들에게 나눠줄 재원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정리되는 자산이 늘어날수록 인력은 감축된다.
전직 토마토저축은행 직원은 "파산재단으로 보내진 직원에 비하면 오는 10일 문을 여는 신한저축은행 계약직은 덜 불행한 편이다"며 "`저축은행 사태'의 원죄 집단이란 굴레를 쓰고 안타깝게 일자리를 잃는 동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