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새해 들어 `물가잡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올해 물가 인상률을 3% 초반에서 묶어놓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튿날인 3일에는 국무회의에서 "배추 등 생필품을 포함한 물가가 올라가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을 못 봤다. 품목별로 담당자를 정해 금년 한해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실시해달라"고 지시하며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라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배추 등 대표적 생필품에 대해서는 말로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구속력'을 갖춤으로써 경기침체 시기에 서민의 고통을 줄여달라고 강하게 주문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참모에 따르면, 실명제에 포함되는 생필품은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를 거쳐 핵심적인 몇 가지만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또 해마다 돌아오는 김장철과 제수용품이 필요한 시기에 맞춰 담당 부처와 공무원이 수급을 예측하고 이를 관리해야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가격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면서 농어민이 피해를 본 데 대해 불만도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품목별 물가관리의 목표를 정해 일정 가격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는 확고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지난 2010년 배추 파동 당시 한 포기 가격이 1만5000원, 2만원까지 했던 것을 거론하면서 "지구상에 20불짜리 배추가 어딨나. 올해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 달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서민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물가"라며 "물가 문제는 공직을 걸고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와의 무역이 자유로운) 열린 사회인만큼 수급 예측을 잘하면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이렇게 새해 벽두부터 전면에 나선 것은 오는 1월22∼24일 설 명절 연휴를 `1차 저지선'으로 잡고 물가상승세를 꺾지 못할 경우 올해 자신이 제시한 목표도 공염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마친 후에는 정부과천청사로 이동, 기획재정부로부터 유가ㆍ공공요금 인상 등 전반적인 물가관리 방안에 대한 새해 업무보고를 받고 다시 물가관리에 대한 강한 주문을 내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물가를 연말까지 3.2%로 유지하려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물가"라며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4%라고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와는 거리가 멀다. 생활물가가 어마어마하게 올랐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