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단 며칠 만에 유가가 50% 이상 폭등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에너지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부분적으로만 봉쇄해도 단 며칠 만에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 오르고, 보통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4달러가 넘는 수준으로 즉시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이란 석유에 대한 제재조치가 채택될 경우 한 방울의 원유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미 국제 유가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이란과 서방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데다, 이에 반발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이 계속되면서 최근 몇 주간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이라크 등에서 생산된 원유가 수송되는 전략 요충지로 세계 유조선의 3분의 1 이상이 지나간다. 따라서 이 해협이 차단되면 글로벌 원유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NYT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85% 이상과 천연가스 대부분은 중국과 일본, 인도, 한국, 기타 아시아 국가 등 아시아국가들로 운반되지만 해협 봉쇄는 이들 국가뿐 아니라 국제 유가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미 전략적인 원유 저장량을 확보한 데다 홍해를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원유를 들여올 수 있어 비교적 충격을 덜 받을 수 있지만, 해협이 봉쇄되면 운송비가 상승하고 수백만 배럴의 수출용 원유가 발이 묶이게 되면서 국제 유가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군사능력을 통한 해협 봉쇄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이란 경제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이란이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극단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은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원유 및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이란이나 서방국의 '계산 착오'로 둘 중 하나가 과잉반응을 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NYT는 전했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지정학 전문가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양쪽 모두가 벼랑 끝 전술을 쓸 위험이 있다"면서 "누군가 실수를 저질러 아무도 원치않는 위기가 닥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