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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상승에도 통화증가율 떨어져… 한은 "경기상승보다 부동산 부진이 더 큰 영향"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부터 우리나라의 실물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섰는데도 통화증가율이 상당기간 하락세를 보이는 음(-)의 상관관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러한 이상현상에 대해 경기상승보다 부동산 부진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은은 4일 발표한 `금융위기 이후 통화증가율 하락과 경기 간의 관계 분석'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후 경기와 통화 간의 전통적인 비례관계가 크게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통상 실물경기가 호전되면 통화증가율도 상승세로 전환되지만, 이런 전통적인 함수관계에 이상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통화증가율은 지난 2008년 5월에는 15.7%였다가 금융위기를 벗어난 2011년 10월에는 4.4%로 크게 낮아졌다.

한은은 이에 대해 "2009년 하반기 이후 실물경기 상승이 통화증가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기는 했지만 부동산경기 부진, 예대율 규제, 외국인 증권투자 둔화 등의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2000년대 중반부터 빠르게 늘어났던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이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경기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크게 위축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들이 2009년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을 미리 확보해놓은데다 외부차입 의존도가 낮은 수출형 대기업 주도의 경제성장 등의 요인으로 통화증가율이 실물경기의 상승폭을 따라잡지 못했다" 덧붙였다.

금융위기 이후 주식형 수익증권에서 유출된 자금이 통화 편제에서 제외되는 직접투자상품인 랩어카운트로 유입되고, 2010년 2분기부터 외국인증권투자가 크게 둔화한 점도 통화증가율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에 따라 새로운 금융상품 도입 등 금융규제, 시장구조 변화가 통화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보조통화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