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한국 대기업 잘 나가지만 부품은 일본에 종속"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한국 대기업이 잘 나가고 있지만 탄탄한 중소기업이 부족해 부품이 일본에 종속되어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FT는 이날 인터넷판 기사에서 "일본 당국자들이 화가 치밀어 한국 정부가 수출 대기업들을 위해 부당하게 환율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삼성전자의 3분기 순이익이 일본 19개 주요 가전 기업 전체 순이익보다 4배나 많았고 한국의 조선업이 일본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오른 점, 현대자동차가 쏘나타를 전면에 내세워 미국에서 도요타 캠리와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것 등을 예로 들면서 "언뜻 보기에 한국 대기업들이 일본의 경쟁사들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FT는 "이러한 외형적 성과와 달리 한국의 속사정은 복잡하다"고 꼬집으면서 "한국 대기업들은 일본의 특수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만드는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2010년 한국은 일본과의 교역에서 360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FT는 "중국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 독일처럼 우수한 중소기업들이 부족한 한국에서 이러한 점은 큰 전략적 고민거리"라며 "현재는 높은 품질과 발빠른 생산과정을 바탕으로 한국이 중국 제조업체들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 신문은 "한국 정책 당국은 중국과 일본 틈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고 중소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다짐했지만 재벌에 대한 의존도를 깨기 위한 실질적 정책은 거의 시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한국 중소기업들은 재벌 기업들이 직원과 자산을 빼앗아가고 자금 확보도 힘들기 때문에 일본이나 독일 같은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상상력과 혁신이 부족한 교육제도도 문제"라며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지니게 될 때까지 재벌 기업들은 중국 보다 한발 앞서기 위해 재빠르게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