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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은행들의 고배당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금감원이 은행에 배당과 BIS 비율 목표치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배당상한선 도입 등을 통해 고배당 원천 차단에 나섰기 때문이다.
은행의 금융지주사 배당이 제한되면 지주사의 주주 배당도 당연히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들에 배당 목표수준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목표치 등이 담긴 `자본적정성 5개년 운영계획'을 만들어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금융당국의 고배당 자제 요청에도 태도를 바꾸지 않는 은행들에게 자본 확충을 요구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계획이 경제여건 악화와 국제적인 기준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라는 취지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토대로 은행들의 무리한 고배당 관행을 억제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들이 당국의 요구에 따라 위기에 대비해 내부 유보금을 더 쌓게 되면 고배당이 불가능하게 된다.
이 계획을 토대로 은행들의 주주 배당을 막으면 지주 체제인 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씨티은행 등은 지주사 배당이 차단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에서 지주사로 넘기는 배당금을 없애면 지주사가 일반 주주에게 나눠줄 수 있는 배당재원이 거의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출자, 차입금 상환, 운영 경비 등 제한적인 목적에만 은행지주사 배당이 예외로 허용된다.
은행지주사가 카드, 보험 등 다른 부문에서 낸 이익금이나 기존의 사내 유보금이 있더라도 고액배당은 불가능해진다.
금감원은 또 은행지주사의 배당에 상한선을 도입해 은행지주사의 배당이 과거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직전 회계연도 배당성향이나 직전 2개 회계연도 배당성향 평균치를 넘지 못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KB금융지주처럼 비정상적 요인으로 2010년 배당성향이 지나치게 높았던 지주사를 고려해 주당 배당액도 `직전 또는 직전 2개 회계연도' 기준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지난해에 1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둔 은행들은 다음달 중으로 얼마나 배당할 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런 정책에 반기를 들고 배당을 강행하려는 은행이 있으면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다.
금감원은 배당이 많은 은행과 지주사가 금융시스템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자본을 늘리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자본을 확충하는만큼 배당은 어려워진다.
이는 주요 20개국(G20) 차원에서 `G-SIFI(국제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글로벌 금융회사)'를 지정, 대형 금융회사에 초과자본을 부과하는 것을 앞당기는 효과도 있다.
금감원은 이르면 내년부터 국내 은행권도 `D-SIFI(국내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금융회사)'를 골라 보통주자본과 핵심자본을 1.0~3.5%포인트 더 확보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국 등 일부 G20 국가에서 자체적으로 SIFI 적용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며 "초과자본 부과 외에 다른 불이익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올해부터 은행의 추가자본 확보를 요구하는 `바젤 2.5'를 적용하고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등 배당을 억제하는 우회적인 방법도 도입한다.
경기둔화로 손실이 날 가능성에 대비한 대손준비금 적립규모도 늘려 배당재원을 줄인다. 올해 은행들은 2조원가량 대손준비금을 쌓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각 은행지주사들은 최근 최대 300%에 가까운 성과급 지급을 고려하거나, 200%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이미 준 것으로 알려져 금융권의 '탐욕'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2010년 시중은행이 9조 4천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가운데 가운데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은 순이익의 69%, KB금융과 신한지주는 각각 47%, 25%를 배당했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을 제외한 시중 은행 주주의 60% 이상이 외국인이어서 고배당으로 인해 막대한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자 정부에서도 은행에 배당 자제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