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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삼성·LG 지분율 최고 10% 육박… 4대 금융지주도 장악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국민연금이 지난해 삼성그룹과 LG그룹 등 대기업과 금융지주사 지분을 대폭 늘려 이들 기업 및 금융지주사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여당이 올해 3월부터 국민연금 지분을 바탕으로 대기업에 대한 발언권을 높이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국민연금의 이 같은 지분 확대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10일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 지분을 5.00%에서 6.00%로, 호텔신라 지분을 8.23%에서 9.32%로, 제일기획 지분을 7.22%에서 8.24%로 각각 1% 포인트 이상 확대했다고 밝혔다.

LG전자 지분도 6.82%에서 8.32%로, LG화학 지분은 5.67%에서 6.67%로, LG디스플레이 지분은 5.02%에서 6.05%로, LG하우시스 지분은 7.03%에서 9.28%로 각각 1%~2% 포인트 가량 늘렸다.

아울러 포스코는 5.43%에서 6.44%로, 만도는 8.62%에서 9.62%로, 현대글로비스는 5.00%에서 7.04%로 대기업 지분을 각각 늘렸다.

이 밖에도 KT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의 주식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권 견제 움직임이 가시적으로 나타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또 최대주주로 있는 하나금융지주 지분을 8.33%에서 9.35%로 더 늘렸으며, 정부(예금보험공사 57%)가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5.07%도 신규로 확보해 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로써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의 최대주주주인 국민연금은 우리금융까지 포함해 국내 4대 금융지주사에 대한 실질적인 장악력을 가지게 됐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달 29일 열린 대한통운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과 이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금융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이사선임에 적극적인 반대의견을 낸 것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분율 5% 이상인 기업이 100곳을 넘는 국민연금은 그동안 꾸준히 대기업 지분을 확대해 오면서도 기업 경영에 대한 간섭이나 주주로서 권리 행사를 제대로 해오지 않았으나 정부는 지난해 `국민연금을 통한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천명했다.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은 지난 4월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의 필요성을 주장한 뒤 같은해 5월에는 "주주총회 시즌인 내년 3월부터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연금이 기업에 사외이사를 파견하는 등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부와 한나라당도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행사를 위해 `주주권행사위원회' 설치를 추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