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유진 기자] 커피숍이나 제과점에 대기업이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영세한 개인이 운영하는 제과점인 '동네빵집'이 심각한 타격을 입으며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금의 추세라면 동네빵집은 모두 망해서 문을 닫고 대기업 제과점만 남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자영업자 제과점의 폐업이 해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지난 2003년 초 전국에 약 1만8천개에 달했던 점포 수가 지난해 말에는 4천여 곳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8년만에 무려 78%가 감소한 것이다. 동네빵집 10곳 중 8곳은 망해서 문을 닫은 것이다.
이에 반해 대표적인 대기업 제과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점포 수 3천개를 돌파하는 등 무섭게 성장하고 있어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해에만 매장 300여개를 여는 등 지난 1986년 출점 이후 연평균 120개씩 점포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기중앙회는 프렌차이즈 업체의 확장과 함께 재벌가 딸들이 커피전문점과 제과점을 결합한 형태의 '럭셔리 베이커리' 사업에 진출하면서 동네빵집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가의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계열사 보나비를 통해 커피전문점 '아티제'를 운영하고 있고, 역시 삼성가라고 할 수 있는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베이커리 '달로와요'와 시티델리카트슨 카페 '베키아 에 누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 장선윤 사장와 현대차그룹 정성이 전무도 각과 '포숑'과 '오젠'이라는 브랜드로 베이커리 사업을 하고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이들 브랜드는 자본력과 대기업의 세련된 이미지를 앞세워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개인 사업자의 빵집에 손님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제과점이나 커피숍은 이들 그룹의 주력업종이 전혀 아닌 데다 오히려 서민 창업에 알맞은 업종"이라며 "(대기업 진출은) 오너 일가에게 계열사를 안겨주기 위해 무분별한 확장을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몰락은 제빵·제과업계만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반 음식점이나 분식집에 대기업이 진출해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LG 그룹은 아워홈과 사보텐, LF푸드 등 계열사를 통해 라면·순대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CJ 역시 비빔밥 등 한식사업에 진출했다. 대명그룹은 계열사 베거백을 앞세워 떡볶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골목 상인들의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유통·서비스 분야 적합업종 선정에 신속히 착수하는 등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제조업 분야 총 81개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데 이어 올해는 유통·서비스 분야의 중기 적합업종을 지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