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화성 위성 탐사선 태평양에 추락"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러시아 화성 위성 탐사선 '포보스-그룬트'호의 잔해가 모스크바 시간으로 15일 오후 9시 45분(한국시간 16일 오전 2시 45분) 태평양 해상에 추락했다고 러시아 공중-우주방어군 공보실이 밝혔다.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공중-우주방어군 공보실장 알렉세이 졸로투힌 대령은 이날 "공중-우주방어군 우주상황정찰센터 자료에 따르면 포보스-그룬트호 추락 지점이 태평양 해역으로 확인됐다"며 "정확한 추락지점은 남미 칠레군도의 웰링턴섬에서 서쪽으로 약 1천250km 떨어진 태평양 해상으로, 보통 임무를 끝낸 러시아 우주화물선 '프로그레스'가 수장되는 곳"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포보스-그룬트호가 대서양 해상에 떨어졌다고 보도해 정확한 추락 지점에 대해 엇갈린 발표가 나오고 있다.

이 통신은 로켓-우주분야 소식통을 인용해 "포보스-그룬트 잔해가 15일 오후 9시 59분(모스크바 시간) 대기권에 진입한 뒤 브라질 동쪽 해안에서 멀지않은 동경 310.7도 남위 18.2도의 대서양 해상에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9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로켓 운반체 '제니트-2SB'에 실려 발사된 포보스-그룬트호는 로켓 운반체와 성공적으로 분리됐으나, 이후 자체 엔진장치가 켜지지 않아 화성으로 향하는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중력에 이끌려 지상으로 내려오다 이날 결국 추락했다.

포보스-그룬트 발사는 러시아가 15년 만에 시도한 야심찬 화성 탐사 프로젝트로, 지구에서 3억 3천만 km 떨어진 화성 위성 포보스까지 11개월을 날아가 포보스의 토양을 채취한 뒤 지구로 귀환하는 임무를 맡았었다. 학계에서는 포보스 탐사를 통해 태양계의 역사와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 등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이 탐서선의 전체 임무 수행 기간은 34개월로 책정됐다.

포보스-그룬트 프로젝트에는 약 50억 루블(약 1천850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러시아의 원대한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러시아는 지난 1996년에도 화성 탐사선 '마르스-96'을 발사했으나 정상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한 바 있다. 옛 소련 시절 러시아가 발사한 16개의 화성탐사선 가운데서도 목적지에 도달한 것은 고작 5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