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철저한 비밀주의(신비주의) 전략으로 협력업체 이름까지 비밀에 부쳐왔던 애플이 삼성전자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하이닉스반도체 등 한국업체 6개사를 포함한 150개 부품 협력업체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1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인권단체 압박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노동자들의 시위가 잇따르자 협력업체들의 노동여건·인권보호 등 의무 준수 웹페이지(apple.com/supplierresponsibility)를 개설하고 156개 협력업체의 명단을 공개했다.
애플은 또 부품 공급업체에 대한 외부감사를 위해 주로 개발도상국 공장근로자들의 작업환경 감시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 '공정 노동위원회'(FLA)에 IT 업체로는 처음으로 가입했다. FLA는 해외 의류 공급업체의 근로환경을 개선하라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주문을 계기로 1999년 주로 의류업체들에 의해 결성된 인권단체이며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33개 업체들이 가입해 있다.
회사의 모든 내부상황을 외부에 철저히 차단해온 애플이 이처럼 협력사 명단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고 FLA에까지 가입한 것은 해외 위탁 생산 업체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외면하고 있다는 내외로부터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서다.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은 지난해 5월말 시민단체 보고서를 인용,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과 태블릿PC '아이패드'를 만드는 대만 혼하이정밀의 중국 자회사 팍스콘 우한 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50여만명이 비인간적이고 기계처럼 대우받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근로자 수백명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집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팍스콘 우한공장에서 이달 초 2년 전의 근로자 연쇄자살 소동을 연상케 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우한 공장에서 지난 3일 근로자 150명이 건물 지붕 위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
근로자들이 이같이 시위에까지 나선 것은 애플의 해외 위탁 생산 업체의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이 156개 협력업체 명단과 함께 이들 업체의 근로환경에 관해 발표한 27페이지의 연례보고서를 보면, 애플이 제휴업체를 대상으로 지난해 229차례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일부 업체는 임신과 의료상태와 관련해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을 줬고, 112개 공장 설비는 유해화학물질을 적절히 취급하지 않았다.
또 협력업체의 약 3분의 1이 임금과 복지혜택 관련 애플의 기준을 지키지 않았으며, 5개 업체는 미성년자를 취업시켰고, 최소한 90개 공장에서 주 6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한 근로시간 초과 사실도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로 인해 애플의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최근 팀 쿡 애플 회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업장의 노동환경 개선은 오랫동안 애플의 최우선 목표였고, 사업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애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