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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이란 12월 수출입 급변…제재 대비했나?

[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작년 12월 한ㆍ이란 교역 통계를 보면 두 가지 변화에 놀라게 된다.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갑자기 반 토막이 돼 버렸고 이란에 대한 우리 수출은 폭발적으로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미국의 이란 추가 제재에 이어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을 압박하는 국방수권법 제정과 맞물린 시기였다는 점에서 업계가 재빨리 행동 개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의 공식 설명은 원유 수입 급감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출이 전년 같은 달의 3.6배로 불어난 것은 이란이 임박한 제재에 앞서 '밀어내기'를 했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원유 수입 반토막…오비이락 vs 선제적 감축

관세청 통계를 보면 작년 12월 이란산 원유도입량은 2010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작년 월평균 도입량의 60% 수준이고, 지난해 가장 많았던 3월 도입량의 47%밖에 되지 않는 양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작년 하반기에 5개월 연속 100만t을 웃돌다가 12월에 꺾이는 모습이 확연했다.

업계가 이란산 원유 도입 물량을 줄이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정유업계는 '오비이락'이라는 견해를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일시적으로 감소한 적이 있다. 재고 등 여러 상황에 따라 줄어들 수 있다. 정부가 감축 지침을 내놓지도 않았는데 먼저 줄일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다른 회사 관계자는 "정부 지침이 있어야 업계가 감축을 위해 움직일 수 있고 이란 거래선과의 감축 협의도 수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을 유도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정부 당국자는 "감축량을 정하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줄이라고 얘기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업계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고려해 선제로 대응했을 가능성은 있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미국이 작년 11월부터 이란 추가 제재에 나서고 우리 정부도 같은 해 12월 16일 이란과 관련된 제재 대상을 추가하면서 업계가 발 빠른 감축에 나섰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유업체들이 장기계약은 유지하면서도 현물시장에서 사오는 이란산 원유 물량을 줄였다는 관측도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이란산 원유 도입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금액으로도 93억달러나 됐다. 미국과의 감축량 협상에서 우리 쪽이 줄일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커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업계에선 20% 이상 줄이는 것은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對이란 수출 3.6배로 급증…제재 본격화 전 밀어내기?

원유 도입 감소 못지않게 눈에 띄는 것은 수출 증가다.

작년 12월 이란에 대한 수출은 16억9천만달러로 전년 같은 달(4억6천만달러)보다 265% 늘었다. 3.6배로 불어난 것이다.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종전에는 월 10억달러를 넘어선 적도 없다.

수입은 7억2천만달러에 그치면서 무역수지는 역대 최대인 9억7천만달러 흑자를 냈다. 종전 월간 최대 흑자액이 2003년 7월의 1억1천만달러인 것에 견줘보면 엄청난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철강과 플라스틱이 폭발적인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철강 수출액(6억5천만달러)은 전년 12월의 7배, 플라스틱(6억3천만달러)은 10.6배였다.

이런 갑작스러운 급증은 미국의 이란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함에 따라 업계가 수출을 당긴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의 교역은 기업은행[024110]과 우리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계좌로 결제되는 사정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원유를 포함한 이란산 수입 대금과 우리 수출 대금은 이들 국내 은행 계좌를 통해 결제돼 상계처리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수입액이 수출액을 훨씬 웃돌면서 계좌에 돈이 쌓인 만큼 이란으로서도 한국산 수입을 늘려 원화 자금을 줄일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한ㆍ이란 교역액은 185억달러(수출 72억달러, 수입 113억달러)로 전년(115억달러)보다 60%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은 종전 최대치였던 전년보다 56%, 수입은 2010년보다 6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