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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국채협상 난항… 디폴트 가능성 높아져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여부가 그리스 정부와 민간채권단의 국채교환협상 성패에 달렸지만, 협상이 최근 결렬과 재개를 되풀이하고 있어 그리스 디폴트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되면 오는 3월에 돌아오는 145억유로 규모의 국채상환을 할 수 없게 돼 그리스는 디폴트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인접국가의 연쇄 디폴트를 유발할 수 있어, 국제 금융시장은 지난해 8~9월과 같은 공황상태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정상들과 주요 은행들이 민간채권단의 그리스 채권 손실부담 비율(상각률)을 50%로 합의했지만 그리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자 채권단에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그리스 정부와 민간채권단이 지난 12∼13일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번 국채교환 협상이 무난하게 이루어질 경우, 그리스 정부는 2차 구제금융협정 체결을 위한 유럽연합(EU)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국제통화기금(IMF) 등 소위 `트로이카'와 최종 협상 역시 큰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어 그리스 재정위기는 한 고비는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채 교환 협상이 실패할 경우,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이 무산될 수 있다. 이것은 오는 3월 대규모 국채 만기도래를 맞는 그리스에 `무질서한' 디폴트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연쇄 부도사태가 일어날 수 있어 지난해 8-9월 정도의 충격파가 예상되며, 코스피는 1,600선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 9개국에 대해 무더기 신용강등을 했지만 세계 주요증시의 주가지수가 상승하는 등 시장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아진 상태여서 전문가들은 그리스 국채교환 협상이 결국에는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들의 단기채가 상당히 낮은 금리로 발행되고 있는 등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시장에서 추가적인 악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커지고 있다.

설령 그리스가 디폴트 되더라도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동양증권 이철희 연구원은 "결국 그리스는 디폴트로 갈 것 같다. 그러나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질서 있는 디폴트가 될 것"이라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LTRO) 프로그램 등으로 유럽 은행들에 유동성이 공급돼 리먼 사태와 같은 충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움증권 전지원 연구원도 "이미 시장은 디폴트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설사 디폴트가 난다고 해도 실제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은 작다"며 "금융시장이 무서워하는 것은 그리스 디폴트보다 이로 인해 우려가 번지는 것인데, EFSF 신용등급이 강등돼도 시장에 별 영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그리스가 디폴트된다 해도 위기가 번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