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새 전통시장 178개 줄고 기업형슈퍼마켓 694개 증가

[재경일보 박수현 기자] 전국의 전통시장이 지난 7년새 178개나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 기간 동안 기업형슈퍼마켓(SSM)은 골목 상권을 지속적으로 잠식하며 무려 694개가 증가했고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매출은 2007년부터 전통시장을 이미 추월했다.

25일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전통시장은 2003년 1천695곳에서 2010년 1천517곳으로 7년새 178곳이 사라졌다. 시장 내 점포수도 23만~24만개 수준에서 2010년 20만1천358개로 3~4만여개가 없어졌다.

지역별로 전통시장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로 2010년 현재 가장 많은 218개의 전통시장이 있고, 뒤이어 경북(178개), 부산(161개), 경남(151개), 경기(150개)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광주는 22개로 가장 적었다.

이 기간 동안 대기업의 SSM은 234개에서 928개로 무려 694개가 늘었고, 대형마트 사업체 수도 2003년 265개에서 2009년 442개로 177개 증가했다. 2010년에는 450개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백화점 수는 85개에서 83개로 큰 변화가 없었다.

SSM에 자리를 뺏긴 영세 슈퍼마켓의 점포수도 매년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 면적 150㎡ 이하 기준 점포의 경우 2006년 9만6천개에서 2007년 9만1천개, 2008년 8만7천개, 2009년 8만3천개로 매년 4천~5천개가 감소하고 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2010년 이후 공식 통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연합회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7만5천개가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에 있어서도 전통시장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반면 대형마트와 SSM, 백화점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매출은 이미 2007년 전통시장을 앞질렀고, 백화점도 2010년 전통시장을 추월했다.

전통시장 매출은 2003년 36조원 수준에서 매년 줄어 2007년 약 10조원이 줄어든 26조7천억원으로 떨어졌고, 감소폭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2010년에 24조원까지 감소했다.

반면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매출은 2003년 19조6천억원에서 2007년 28조3천억원으로 증가하며 전국 1천600개 전통시장의 매출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2010년에는 33조7천억원으로 전통시장과 격차가 10조원으로 더 크게 벌어졌다.

SSM 매출은 2003년 2조6천억원에서 2009년 4조2천억원, 2010년 5조원, 2011년에는 6조1천억원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신세계, 롯데, 현대 등 백화점 매출도 2003년에는 17조5천억원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 21조7천억원으로 늘었고, 2010년에는 24조3천억원으로 전통시장을 넘어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3사의 지난해 매출 추정치(IFRS 연결 기준)는 26조원에 달했고 올해는 2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백화점과 전통시장의 매출 차이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이 주로 운영하는 TV홈쇼핑과 방문판매 등 무점포판매도 2003년 15조2천억원에서 2010년 31조원으로 2배 이상 덩치가 커졌다.

전통시장이 이처럼 추락하고 있는 것은 시설 노후화와 부족한 서비스로 주부 등 고객의 외면을 받고 있는데다 대형마트와 SSM이 전통시장을 대체하며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전통시장 살리기 및 활성화를 위해 시설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SSM과 대형마트가 전통시장 1km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만드는 한편,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을 올해부터 오전 0~8시로 제한시켰다.

전국상인연합회 진병호 회장은 "대형마트 시간 제한보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취급 품목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더 낫다"며 "버스 정류장을 시장과 가까운 곳에 만들고 정류장 이름을 시장 명칭과 같이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경영진흥원 상권연구팀 박세진 연구원은 "서울 남대문시장이나 제주 오일시장은 중국,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데 대형마트가 들어와도 경쟁력이 있다. 이런 식으로 소비층을 끌어낼 수 있는 특화된 시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