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빵·순대사업 등 서민업종서 철수… 李대통령 작심발언 효과?

[재경일보 박수현 기자] 삼성과 LG 가문의 자제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가 26일 커피와 제빵(호텔신라), 순대(아워홈)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하자 이명박 대통령의 전날 `작심 발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기업들의 사업영역 확대와 관련,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때에 대기업들이 소상공인들의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하면서 "공직자에게는 공직윤리가 있고 노동자에게는 노동윤리가 있듯이 이는 기업의 윤리와 관련된 문제"라며 대기업들에게 기업의 윤리를 요구했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기업의 윤리를 강조하면서 만석꾼 경주 최 부자의 예를 들었다.

이 대통령은 "흉년이 들 때면 부자 만석꾼들이 소작농들의 땅을 사서 넓혔지만, 경주 최씨는 흉년 기간에 어떤 경우도 땅을 사지 말라는 가훈을 지켜 존경을 받았다"며 어려운 시기에 서민들의 마지막 생존 영역까지 잠식하고 있어 존경은커명 욕만 먹고 있는 대기업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온 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가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 중인 커피ㆍ베이커리 카페인 `아티제' 사업을 포기했고,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종합식품기업 `아워홈'도 순대ㆍ청국장 소매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과 LG의 서민업종 철수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대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해왔지만 대기업들의 소상공인 영역 침탈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강도면에서 상당히 센 편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이 대통령이 실태 조사를 지시했다는 보도는 와전된 것"이라면서도 "기업들도 대통령의 발언 배경과 강도를 체감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결국, 호텔신라와 아워홈은 이 대통령의 작심 발언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 정부 압박, 비판적 여론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더이상 버티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