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수현 기자] 대기업과 재벌가의 문어발식 사업 영역 확장으로 인해 문을 닫는 영세서민들의 '골목빵집', '동네슈퍼마켓' 등이 증가하면서 골목상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영세식당의 폐업도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음식점은 최근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 증가와 맞물리면서 서민 창업에 적합한 업종으로 주목을 받아 창업이 급증하고 있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년 비슷한 숫자의 점포가 문을 닫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30일 한국외식업중앙회(전 한국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폐업 식당의 수는 지난 2009년 2만9천여곳에서 2010년 4만7천여곳으로 약 2만여곳이나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2만6천615개가 문을 닫았으며, 연간 5만개 이상의 식당이 망해서 폐업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반면 창업점포 역시 2만9천여개(2009년), 5만6천여개(2010년), 2만8천여개(2011년 상반기)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창업과 폐업의 수가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전체 음식점의 수는 59만개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망하는 점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순한 제자리걸음으로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경쟁 과열로 인해 휴업을 하는 식당의 수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업 식당의 수는 지난 2009년 14만9천여개에서 2010년 25만1천여개로 10만여개 이상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상반기에만 12만7천172개를 기록하며 2010년과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장사할 여건이 되지 않고 있는 것.
휴·폐업하는 업소들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회에 따르면, 휴·폐업 업체 중 86.2%가 전월세이며, 75.1%가 99㎡이하의 면적을 가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당이) 서민들이 창업하기 쉬운 업종이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폐업 우려가 큰 업종이기도 하다"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자본력이 없는 영세 식당들은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이 연이어 외식산업에 진출하고 있어 영세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삼성·LG 등 재벌가 외에도 삼천리와 귀뚜라미, 대성 등 많은 대기업·중견기업이 외식업에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천리는 계열사 에스엘엔씨(SL&C)를 통해 중식업 브랜드 '차이797'을 설립했으며, 귀뚜라미그룹은 외식업체 닥터로빈을, 대성은 한식전문 계열사 '디큐브한식저잣거리'를 런칭했다.
소상공인 측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계열사와 경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앞으로 식당영업이 더 어려워질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지난해 음식점주들의 10만명 궐기대회에서도 드러났듯이 영세 식당은 벼랑 끝에 몰려있다"며 "서민업종 보호를 위해 대기업의 배려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행히 최근 일부 대기업이 외식 산업에서 철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이들을 포함한 골목상권 보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