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준(準) 회장추천위원회 성격의 경영발전보상위원회(이하 경발위)를 열기로 해 김승유 회장의 후임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승유 회장과 김각영 전 검찰총장(이사회 의장), 이구택 포스코 상임고문, 조정남 전 SK텔레콤 부회장, 허노중 전 한국증권전산 사장 등 사외이사들이 31일 하나금융 경발위를 열어 김 회장의 후계구도를 논의한다.
경발위는 경영 성과를 측정하고 보상 수준을 결정하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지만, 김회장과 소속 사외 이사 4명이 모두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당연직 위원이어서 회추위를 열기 전 안건과 논의 방향을 사전 조율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후계논의와 관련해 김 회장과 사외이사진 사이에 이견이 있어 경발위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김 회장은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이라는 가장 큰 장애물을 넘은 만큼 이사회에 계속해서 `쉬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김 회장은 3월에 임기를 마친 뒤 국외연수 등 개인 활동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김 회장은 사임 의사를 밝혔었지만,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1년 동안 연임했었다.
그러나 세 번째 연임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에 따른 `특혜 논란'과 '론스타 먹튀' 논란 등 정치·사회적 비판이 어느 때보다 거센 점을 고려해 물러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김 회장의 용퇴를 바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 승인 결정을 두고 `MB 행정'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는 마당에 김 회장이 연임하면 정부로서는 부담스럽다"며 "화학적 결합을 위해 남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PMI(합병 후 통합)를 주도한 인사는 뒤로 물러나는 게 옳다는 얘기도 있다"며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은 앞으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통합 과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김 회장이 연임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한 사외이사는 "김 회장 본인은 그만 하겠다는 견해가 확고하지만 사외이사들은 1년 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여전하다"며 "계속 설득 중이지만 언제 결론이 날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경발위에서 김 회장 연임과 관련해 입장이 정리되면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정식으로 회장 후보를 결정하고 이사회에서 이를 의결한다.
2011년 실적 발표에 앞서 개최되는 2월 초 정기이사회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상태여서 회추위는 2월 말이나 되어야 후임 후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2월 정기이사회는 지난해 실적발표가 주요 안건인데다 시간이 촉박해 그 전에 (회장 후보가) 결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3월 임시이사회 때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