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다수의 일반투자자에게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주는 등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주가조작이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에 대한 형량이 사기죄 수준으로 대폭 강화, 최고 징역 13년의 실형이 선고된다.
최근 5년간 주가조작 사범 10명 중 9명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나는 등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에 대해 법원의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각종 증권·금융범죄 중에서도 최근 고위공직자들의 연루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사는 CNK 사건과 같은 주가조작 범죄의 경우 죄질이 나쁘고 일반인에 미치는 피해가 크다고 판단에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이기수 위원장)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시세조종행위(주가조작),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내부자거래), 기타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해치는 범죄를 사기죄에 준해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증권·금융범죄 양형기준안을 심의·의결했다.
특히 기준안에는 주가조작의 경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고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원칙적으로 징역 3년 이상의 '실형'을 권고하도록 명시했다.
또 주가조작 등으로 얻은 이득액이 300억원을 넘고 가중사유가 있는 경우 최고 징역 8~13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했다.
사기로 인한 피해(이득)액이 △ 1억~5억원의 경우 징역 1~4년, △ 5억~50억원은 징역 3~6년, △ 50억~300억원은 징역 5~8년, △ 300억원 이상은 징역 6~10년으로, 지난해 7월 도입된 일반사기죄의 양형기준과 동일하게 맞췄다.
이 같은 양형기준을 주가조작 범죄에 적용할 경우, 대다수 주가조작 사범은 사실상 `실형`을 선고받게 돼 지금처럼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는 어려워지게 된다.
또 엄격한 감경기준을 마련해 쉽게 형을 줄여주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증권·금융범죄 가운데 증권범죄는 공정성침해 범죄, 자본시장 투명성침해 범죄 두 유형으로 나눴다.
금융범죄는 금융기관 임직원의 부패범죄를 중심으로 수재·알선수재, 증재, 직무에 관한 알선수재 등 3개 유형으로 나누고, 금융기관 임직원이 직접 부정한 금품을 받는 경우 수수액이 5억원 이상이면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하도록 했다.
이밖에 양형위는 이날 증권·금융범죄와 함께 교통범죄, 폭력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도 의결하고, 지난 회의 때 의결한 성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교통범죄는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되는 범죄를 제외하고 가벌성이 높은 대인 교통사고 범죄를 중심으로 양형기준을 설정하고, 폭력범죄는 수법이 잔혹하고 피해자가 장애인이나 연소자인 경우 처벌을 강화하게 했다고 양형위는 설명했다.
이날 의결된 양형기준안은 내달 유관기관 의견수렴과 3월 공청회를 거쳐 이르면 4월경에 확정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