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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화성 탐사선 사고 원인은 컴퓨터 고장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작년 11월 발사 후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해 2개월여 만에 태평양에 추락한 러시아 화성 위성 탐사선 '포보스-그룬트'호의 가장 유력한 사고 원인과 관련, 러시아 정부사고조사위원회는 '탐사선 컴퓨터 고장'이 원인이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하루 전 정부조사위원회로부터 탐사선 사고 원인과 관련한 최종 보고서를 받은 블라디미르 포포프킨 연방우주청장은 31일(현지시간) 우주개발관련 회의에서 "포보스-그룬트 사고 원인은 탐사선에 설치된 두 대의 컴퓨터가 재부팅되면서 탐사선이 에너지 최대 절약 및 명령 대기 모드로 전환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컴퓨터 재부팅의 원인은 우주공간에 있는 전하(電荷. electric charge)를 띈 소립자들의 영향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이 소립자들이 두번째 회전을 하던 탐사선의 컴퓨터 기억장치에 고장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포포프킨은 "탐사선 개발자들이 우주소립자들의 영향을 미리 고려했어야 했다"며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사고 원인으로 지목돼온 미국 레이더 영향설은 근거가 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일부 러시아 우주로켓 분야 전문가들은 포보스-그룬트호가 발사 직후 시점에 태평양 마셜제도의 '콰잘레인 환초(Kwajalein Atoll)' 지역에 설치된 미국 레이더의 영향권에 들어간 것이 자체 엔진 고장과 정상궤도 진입 실패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