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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업계, 업무효율 위해 개인정보 위탁 '남발'

[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소비자들 "개인정보 유출 우려‥개인정보 위탁 최소화해야"

화장품 업계가 효율적 서비스 관리를 내세워 회원의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많은 위탁업체에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인정보 제공여부를 선택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한이 제약받고 있는 상태에서 화장품 업계의 이런 관행은 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1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회사별로 많게는 20개가 넘는 업체에 자사 회원의 개인정보를 위탁하고 있다.

이는 화장품회사들이 업무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우편물(DM) 및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SMS) 발송, 이벤트 안내, 상품 배송 등을 외부 업체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회사들은 위탁받은 업체들이 업무상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개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DM 발송 업무를 맡은 업체에는 회원의 이름과 주소, SMS 발송을 담당하는 회사에는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만 제공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화장품회사의 경우 DM 및 SMS 발송, 경품 배송 등 세 가지 업무를 맡은 위탁업체가 7개, DM 발송과 경품 배송을 담당하는 업체가 5개, SMS 발송만 맡은 업체가 2개에 이르는 등 동일한 업무를 최대 7개 업체에 동시에 맡기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 위탁을 남발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화장품회사 측은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로 다른 장점이 있는 여러 업체와 각각 위탁계약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은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수녕(29ㆍ마산합포구 해운동)씨는 "많은 업체에 개인 정보가 넘어갈수록 그만큼 유출 위험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며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휴대전화 번호가 유출된다고 해도 스팸 문자 수신 등 소비자의 피해는 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씨는 개인정보 위탁 업체를 최소한으로 해야 하며, 기업이 개인정보를 '비즈니스 활용 수단'이 아니라 '회원의 자산'으로 생각하고 이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장품회사들이 자사 회원의 개인정보를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위탁업체에 제공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모 회사의 경우 신청서에 있는 '개인정보 취급위탁 동의란'에 체크를 하지 않으면 회원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소비자들은 마일리지 혜택 등을 받기 위해 '썩 내키지는 않지만' 취급위탁에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DM 및 SMS 발송, 이메일 수신 등에 대해 정보 수신 여부를 묻는 난이 있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소비자가 SMS수신만 원하더라도 회원가입 신청서에 SMS/MMS/TM(텔레마케팅) 수신여부를 한꺼번에 묶어 선택하도록 해놓은 것이 한 예다.

또 회원이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물어도, 일부 회사는 '내부 사정' 등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제공한 소비자들이 정작 자신의 정보가 어디에,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회원 정보를 단순히 '비즈니스 수단'으로 생각하던 과거 풍토에서 벗어나 정보의 취급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원정보가 더 많은 업체의 손을 타면 탈수록 유출 가능성은 커진다"며 "개인정보 유출은 한 번 일어나면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점에서 예방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들도 자신의 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이용되는지 적극 확인하고, 기업들도 이에 성실하게 응하는 등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