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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은 2월 1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 관객 여러분과 언론사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한국 영화의 힘은 작품 자체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역시 관객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소통 공간을 만들어내는 언론의 역할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며 "따라서 이미 영화로 발언을 한 감독이 다른 말을 덧붙인다는 것은 사족(蛇足)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며 말을 꺼냈다.
정감독은 "감독이 논란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영화의 진실에 다가가는 일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사회적 논의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감독의 시선과 의도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시기에 작가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싶어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미디어는(심지어 신문기사마저도) 그것과 소통하는 자의 인생관 혹은 세계관에 따라 다르게 읽히게 마련입니다. 문화이론에서는 그것을 '굴절'이라고 부릅니다. 22년 전 제가 영화 '남부군'을 발표했을 때 어떤 이는 '빨갱이를 대단한 휴머니스트들로 미화한 용공영화'로 읽고 어떤 이는 '강철같은 빨치산들을 나약한 감상주의자로 묘사한 반공영화'로 읽어내던 일이 기억납니다"라며 "이번 '부러진 화살'에 대한 논란이 지금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은 바로 그 '굴절'의 적극적인 결과물들이라고 여겨집니다. 굴절은 왜곡과는 다릅니다. 우리사회 성원들이 이 영화를 보고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세계관으로 영화가 던진 의미를 해석하고 새로운 논의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제 영화 속에 우리 사회가 공론화해야할 상당히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아쉽다면 어떤 경우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채 감독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있기도 하고 맡은 역과 연기자 관계를 악의적으로 모독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점입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모든 쟁점, 즉 사실과 허구의 문제, 진실과 거짓의 문제, 정의와 불의의 문제 등 모든 문제에 대해 시나리오 단계 때부터 깊이 고심했습니다. 특히나 이 영화는 실재 사건을 바탕으로 한 법정 영화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예측됐고 관련 당사자들이 현실에서 여전히 실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저는 '부러진 화살'이라는 작품뿐만 아니라 제가 그동안 공식적으로 인터뷰하고 발언한 일체의 언급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질 것입니다. 감독으로서 당연한 책임입니다. 논란이 지금은 지엽적인 문제에 머물고 있지만 더 큰 담론에까지 다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사법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사법부와 일반 국민의 관계를 들여다 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비단 사법부만 해당하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라며 "영화가 사회적 성찰의 계기가 된다면 감독으로서는 큰 보람 아니겠습니까? 결국에는 제 영화를 떠나서 더욱 더 크고 중요한 문제에 대한 뜨거운 토론들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회란 그런 논쟁을 통해 조금씩이나마 서로 사명감을 나누며 한발 자국씩 건강을 '회복'하는 거라고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고 마무리 했다.
한편 '한 대학교수의 판사 석궁 테러 사건'을 소재로 만든 '부러진 화살'은 교수가 지위 확인 소송에서 패소하자 재판장의 집 앞에서 재판장을 향해 석궁을 쏜 혐의로 기소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사진=영화 '부러진 화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