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영진 기자] 지난 4년간 굴지의 재벌들이 국외 자원개발 분야에 대거 뛰어들었지만 흑자기업은 28%에 불과, 대부분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재벌닷컴은 공기업과 민영화한 공기업을 제외하고 총수가 있는 자산 순위 30대 재벌의 계열회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외 자원개발 법인이 78개(2011년 9월 말)에 달한다고 밝혔다.
30대 재벌에 속한 국외 자원개발 법인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말 50개사에 불과했지만 2009년 말 71개사로 급증했고, 2010년 말 사상 최다인 79개사를 기록했다.
재벌그룹들이 지난 2008년 이후 정부의 지원과 독려에 힘입어 적극적으로 국외 자원개발 투자에 나선 것. `자원외교 강화'는 현 정부의 중요한 정책이었다.
그룹별로는 LG의 국외 자원개발 법인이 2008년 13개에서 지난해 9월 말 19개로 가장 많이 늘었고, STX는 4개에서 9개로 증가해 뒤를 이었다.
영풍은 같은 기간 1개에서 5개로, 삼성은 8개에서 11개로 관련 법인을 각각 4개, 3개 늘렸고 동양은 지난해 2곳을 새로 설립했다.
이밖에 코오롱이 계열사인 코오롱아이넷을 통해 미국법인을 설립해 자원개발에 진출했고, GS, 현대중공업, LS가 각각 1개씩 늘려 4개사, 2개사, 2개사가 됐다.
자원개발을 주축으로 하는 SK는 지난 2008년 14개에서 2009년 26개로 크게 늘어났지만 지난해 브라질 석유광구 3곳을 매각하는 등 사업을 축소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14개로 2008년 수준으로 다시 돌아갔다.
30대 재벌의 국외 자원개발 법인 소재지는 미국과 호주가 각각 14곳으로 가장 많았고, 인도네시아 10개사, 캐나다 7개사, 말레이시아 5개사 순이었다.
하지만 국외 자원개발에 뛰어든 재벌들이 거둔 실적은 참혹한 수준이다.
30대 재벌의 관련 법인 경영실적을 보면, 전체 78개사 가운데 2010년 흑자를 기록한 곳은 22개사(28.2%)에 불과했고, 실적이 `제로(0)'거나 적자를 낸 곳이 대부분이었다.
한화는 7개 법인 중 1곳만 순이익을 내 실적이 가장 나빴다. 나머지 6개사 중 4개사는 실적이 0원이었다.
영풍도 5개사 중 흑자를 낸 곳이 1개사였고, 동양은 천연가스 개발업체 2곳 모두가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11개사 중 3개사, 27.3%), GS(4개사 중 1개사, 25.0%), STX(9개사 중 2개사, 22.2%), SK(14개 중 3개사, 21.4%)로 순이익이 흑자를 낸 법인의 비율이 20%대에 머물렀다.
반면, LG는 19개사 중 8개사(42.1%)가 순익을 냈고 LS는 소속 계열사 2곳이 모두 순익을 거두는 등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30대 재벌의 국외 자원개발 법인은 2010년 79개사에서 지난해 78개사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국외 자원개발이 경제적인 성과를 내기 매우 어려운 점을 기업들이 간과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외 자원개발 투자는 고유가를 감안하면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하지만, 탐사와 개발 과정에 최소 5년이 걸리고 나중에 수익을 낼 확률도 높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 "수익성 있는 해외 기업을 인수ㆍ합병(M&A)하는 게 좋지만, 그러러면 조 단위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은 "자원개발 성과와 내용에 관해 정부가 과장된 홍보를 해서 거품이 상당히 많이 끼었다. CNK 주가조작 사건 같은 일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CNK 뿐만 아니라 자원개발 전반에 문제점이 없는지 앞으로도 국회에서 계속 논의를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