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새로운 수익원으로 가계대출의 비중을 늘리면서 대출금리가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서민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차입자의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나빠질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신협과 상호금융은 금융당국의 은행 가계대출 규제 이후 상대적으로 우량한 고객이 옮겨오면서 대출금리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일반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연리 16.02%로 금리 통계를 낸 2004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저축은행의 일반대출금리는 지금까지 10~12%대에서 형성됐었다.
대출금리가 급등한 것은 부동산 PF 부실이 불거지면서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해지게 된 저축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줄이고 가계대출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10% 안팎이고 가계대출 금리는 20%를 웃돌기 때문에 저축은행으로서는 가계대출을 많이 받을수록 수익성도 좋아진다. 하지만 기업대출이 줄고 가계대출이 늘면 가중평균금리는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PF 대출 부실 탓으로 저축은행업계로서는 작년이 `구조조정의 해'였다"며 "본격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계대출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대출 구성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대출금리가 높으면 차입자는 이자 부담이 커져 빚을 제대로 못 갚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대출 부실화는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저해하는 만큼 당국이 금리 안정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신협이나 상호금융 등 다른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대출금리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신협 일반대출금리와 상호금융 일반대출금리는 각각 7.31%, 6.21%로 금리를 집계한 1997년 이래 가장 낮았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가계대출을 억제하자 대출 수요가 은행에서 신협이나 상호금융 같은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생겼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고객이 많아지니 대출금리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