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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CNK 다이아몬드 매장량 과장 조회공시 요구 안해

[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한국거래소가 CNK인터내셔널의 다이아몬드 추정 매장량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회사측에 확인을 요청하는 조회공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통부가 보도자료를 배포한 당일 CNK의 관련 자율공시에서 추정매장량을 빼도록 거래소가 조치를 했다는 점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거래소는 외교통상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4억2천만 캐럿에 달하는 카메론 광산의 다이아몬드 추정매장량을 객관적 사실로 인정하지 않은 것.

2일 거래소 관계자는 "CNK의 자율 공시에는 외교부 발표와 관계없이 거래소 기준에 따라 매장량 추정치를 제외하도록 했다"며 "개발권 취득에 관한 공시였기 때문에 매장량이 직접적으로 개발 허가와 관련이 없었고 회사 측이 밝힌 매장량도 객관적으로 입증된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교통상부가 2010년 12월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추정매장량과 함께 기대 효과 등을 자세히 소개했지만 거래소는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 취득은 사실이지만 매장량은 개발권 취득과 별개의 사안으로 판단해 공시에서 제외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주가는 추정 매장량에 의해 폭등했다. 증권가에서는 매장량이 부풀려졌다는 소문이 퍼졌고 인터넷매체 등에서 매장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소는 추정 매장량에 의해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오른 이유에 대해 설명하라고 CNK측에 조회공시를 요구할 필요가 있었지만, 추정매장량이 객관적인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추정 매장량은 조회공시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관하고 있었다.

거래소측은 과거 일부 자원개발업체 등이 공시를 악용해 불공정거래에 악용한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추정매장량에 대한 조회공시를 하면 오히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있을 수 있지만 매장량에 대한 조회공시는 현재 규정에서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조회공시와 별개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정황이 포착되면 조사해 금융감독원으로 넘긴다"고 덧붙였다.

물론, 거래소의 CNK에 대한 조회공시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거래소는 2011년 1월10일 주가급등의 구체적인 사유를 묻는 조회공시를 했었다. 그러나 이는 주가급등에 대한 사유를 묻는 것이지 매장량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조회공시에 대해 회사측은 "공시한 내용 외에 주가급등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항으로서 현재 진행중이거나 확정된 공시사항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런 내용의 조회공시 답변은 투자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었다.

현행 공시 제도는 기업의 주요경영사항과 관련한 풍문ㆍ보도가 있는 경우, 그 사실 여부 등을 조회공시토록 하고 있지만, CNK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실상 제대로 된 공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볼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회공시가 실제로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NK사건 뿐만 아니라 최근 각종 테마주 등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면서 거래소가 요구하는 조회공시 건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대다수 기업은 주가급등 사유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에서 `미확정', `중요정보 없음' 등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시장의 조회공시 건수는 전년 340건보다 12.4% 늘어난 382건을 기록했다. 주가급등 사유를 묻거나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가 급증한 탓이다.

거래소는 조회공시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지난해 3월 사후심사 제도를 도입, 지난해 전체 시장에서 6개 상장사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현행 조회공시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