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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총리 "2차 구제금융 협상 막바지"… 근거 없는 자신감?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그리스 정부와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가 벌이고 있는 2차 구제금융 협상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그리스 총리 등이 3일(현지시간) 밝혔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새로운 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정부부채를 덜어내는 채무 협정을 끝내는 매우 중대한 절차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파파데모스 총리는 또 “협상이 마무리되면 우리의 부채 부담이 줄어들고 앞으로 몇년간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제금융을 통해 재정안정성을 회복하고 그리스 경제의 경쟁력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텔리스 카프시스 정부 대변인도 이날 현지 라디오 `리얼 FM'과 인터뷰에서 "민간채권단 손실분담(PSI) 주요 요소들이 준비가 다 된 상태"라며 "다만 PSI 협상이 완료되려면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전날 오후 열린 사회당(PASOK) 의원총회에서 PSI 협상이 사실상 완료됐다면서 "ECB의 참여 여부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CB는 채권시장에서 가격이 급락한 그리스 국채를 대거 매입했다. 그리스 국채 450억유로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ECB는 손실분담 참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그리스의 제 2차 구제금융이 실시되면 그 효과를 확대하고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ECB가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국채를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에 ECB가 매입한 가격대로 판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지만 그리스 주요 정당이 트로이카가 제시한 추가 긴축정책 도입에 반대하면서 논의가 지연되고 있어 구제금융 논의가 진척을 보이고 있다며 그리스 정부의 주장은 근거없는 자신감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그리스측은 구제금융 논의가 마무리되고 있다고 항상 말했지만 계속해서 협상을 마무리 짓는데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저녁 그리스 재무장관 및 노동장관 등과 벌인 협상에서 트로이카는 그리스가 제2차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공무원 인력 감원 외에 최저임금 햐향조정, `13월 및 14월 보너스' 삭감, 보충적 연금 삭감 등을 통해 민간부문 임금과 연금을 즉시 25%까지 삭감하는 긴축정책을 시행할 것을 제안했지만, 구제금융 논의에 참여한 그리스의 3대 정당은 정부의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하는 추가 긴축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부문을 대표하는 노동조합단체인 노동자총연맹(GSEE)과 사측인 상공회의소 대표들은 전날 가진 회동에서 최저임금 삭감과 보너스 삭감 요구를 거부했다.

GSEE는 성명에서 2010~2011년 민간부문 임금이 14.3% 줄었다면서 "국가 경쟁력 제고는 임금 삭감보다 다른 부문, 관료주의, 국가 개입, 세제, 부정. 반기업 정서 등에 더 영향받는다"고 항의했다.

그리스 측도 연간 예산에서 사회복지 지출을 10%까지 줄이고 3년간 급여를 동결하는 긴축안을 제안했지만, EU와 IMF에 의해 거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파데모스 총리는 4일 사회당, 신민당, 라오스 등 세 개 정당 당수들과 가질 회동에서 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당수들의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프시스 대변인은 이날 트로이카와의 협상에서 쟁점들에 관한 대안들이 결정돼야 한다며 이 결정들이 총리와 과도정부를 지지하는 정당 지도자들 간 회동에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동은 4일 오후 열릴 예정이라고 블룸버그가 익명을 요구한 한 그리스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 민간채권단 손실분담(PSI) 협상

PSI 협상은 민간채권단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 2천억유로 중 1천억유로를 덜어내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국내총생산 대비 160%인 그리스 정부부채 비율을 오는 2020년 120%로 낮춘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