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서 백혈병 유발인자 벤젠·프롬알데히드 발생… 백혈병 인과관계 밝혀질까?

[재경일보 김윤식 기자]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 공장에 대한 백혈병 발병 위험도를 정밀 연구한 결과, 부산물의 일종으로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백혈병 유발인자가 소량이기는 하지만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돼 이 결과가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에서는 이번 결과에 대해 측정된 부산물의 양이 노출 기준보다 매우 낮아 인체에 영향이 크게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지만, 노동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장의 발암물질 검출이 확인된 만큼 산재 승인 등에 이번 결과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 기흥공장, 온양공장, 하이닉스 이천공장, 청주공장, 페어차일드코리아 등 3개사 총 9개 조립라인에 대해 정밀 작업환경평가 연구를 진행한 결과, 웨이퍼 가공라인과 반도체 조립라인 일부 공정에서 백혈병 유발인자인 벤젠과 포름알데히드가 부산물로 발생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6일 발표했다.

사업장에 따라 가공라인에서는 벤젠이 0~0.00038ppm, 조립라인에서는 0.00010∼0.00990ppm이 검출됐다.

포름알데히드 역시 가공라인에서는 0.001∼0.004ppm, 조립라인에서는 0.002∼0.015ppm 수준으로 검출됐다.

유해인자별 자연환경수준을 보면 벤젠이 1ppm, 포름알데히드는 0.5ppm이어서, 이번 연구결과 반도체 공장 내 벤젠과 포름알데히드는 인체에 무해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삼성전자가 미국 안전보건 컨설팅 회사인 인바이론(Environ)사에 의뢰해 삼성전자의 기흥 5라인, 화성 12라인, 온양 1라인의 원 사용물질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 후 지난해 발표한 연구 결과와는 조사대상이나 결과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당시 인바이론은 생산라인의 35개 유사노출군(SEG) 중 33개는 글로벌 노출 기준 대비 10% 미만의 위험도를 보였고, 나머지 2개에서도 50% 미만으로 위험성이 낮다고 판정했다.

특히 화학물질 50종에 대한 벤젠, 트라이크로로에틸렌(TCE) 등의 정량 분석한 결과에서 모든 시료에서 '불검출'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벤젠과 포름알데히드가 모두 소량이기는 하지만 검출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러한 차이에 대해 "인바이론사는 이번 산업안전보건연구원과 달리 실험에 의한 부산물까지는 연구를 안했다"면서 "2개의 연구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연구결과는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환자의 산업재해 승인 여부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전자 직원의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한 이후 현재까지 모두 9건의 산재 신청건이 법원에 계류 중이며, 이 가운데 현재 1심 진행 중인 사건이 4건, 2심이 5건이고, 2심 중에서는 산재를 불승인한 건이 3건, 승인한 건이 2건이다.

특히 지난 2010년 6월 서울행정병원이 삼성반도체 직원과 유족 5명이 신청한 산재 중 2건을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법원에서 산재가 인정된 사례의 경우, 삼성 반도체 공정 중 '확산'과 '습식식각' 업무에 종사한 이들에 대한 것으로, 웨이퍼 가공라인과 반도체 조립라인을 대상으로 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결과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재 승인된 건과 이번 연구결과는 공정 라인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기 어렵다"면서 "아울러 이번 연구결과는 2차 생성물에 대한 것이므로 산재에 영향을 줄지는 법원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측정된 부산물의 양은 모두 노출 기준보다 매우 낮아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여진다"면서 "다만 종업원의 건강과 관련된 사안이므로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더욱 철저히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기존에도 노조와 공동으로 작업환경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해왔고, 향후에도 문제가 없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암물질이 발생하는 것이 분명하게 확인된 만큼 산재 승인 등에 이러한 결과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개별 노동자의 노동강도, 신체적 조건에 따라 적은 노출량에도 직업성 암이 발병한 사례가 너무도 많다"면서 "근로복지공단의 삼성 직업병에 대한 항소는 즉각 취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업병 역학조사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대책 수립이 시급하며 협력업체나 중소 전자업체 사업장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