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KT가 9일 트래픽 과부하를 문제삼아 통신사 중 처음으로 일반 PC용 초고속 인터넷 회선을 스마트TV에 연결하는 가입자에 대해 접속제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PC용 회선이 데이터 트래픽이 많은 스마트TV에 연결될 경우, 네트워크 불안정으로 인해 인근의 다른 가입자들의 인터넷 접속품질이 크게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KT는 이날 오전 시내 세종로 KT 기자실에서 회견을 "인터넷망을 무단 사용하는 스마트TV에 대한 인터넷 접속제한 조치를 10일부터 시행한다"며 "이는 다수 인터넷 이용자를 보호하고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스마트TV의 일반 PC 인터넷망 사용을 '네트워크 프리라이딩(Free Riding)'이라고 규정하고 "스마트TV를 통한 인터넷망 무단사용이 확대되고 있어 통신망 블랙아웃(Blackout)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접속 제한 사유를 밝혔다.
전력소비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해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듯 네트워크도 무임승차 데이터가 폭증하면 IT 생태계 자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KT에 따르면, 인터넷 회선을 통해 각종 콘텐츠를 수신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스마트TV는 PC와 달리 HD, 3D급 대용량 고화질 트래픽을 장시간 노출시키기 때문에 동영상의 경우 IPTV 대비 5~15배, 실시간 방송중계는 수백배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용량 서비스가 네트워크를 독점할 경우 일반 인터넷 이용자의 인터넷 속도가 인터넷 웹서핑도 힘든 수준인 265배까지 느려질 수 있다고 KT는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트래픽이 폭증해 네트워크가 흔들리면 피해를 보는 것은 대다수의 일반 인터넷 이용자”라고 말했다.
이번에 스마트 TV 접속이 제한되면, KT의 유선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스마트 TV 시청자들은 방송 시청이나 PC의 초고속 인터넷 이용은 이전처럼 할 수 있지만 스마트TV 내의 애프리케이션(앱)은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국내 스마트TV 누적 판매 대수는 100만대 가량이며, 이 가운데 10만대가 스마트TV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마트TV 이용자들은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U+) 등 각자 가입해 있는 통신사의 유선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KT의 이 같은 조치는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은 스마트TV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지난해 6월부터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소니 등 스마트TV 제조 업체에 인터넷망 사용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해 달라고 요구하며 스마트TV 사용을 제한하겠다고 경고해왔지만 협상은 진전되지 않아왔다.
KT경영경제연구소는 작년 보고서를 통해 2013년에는 스마트TV 보급 대수가 올해의 3배 이상 증가하고 트래픽 발생량도 4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KT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스마트TV 사업자가 네트워크 사용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인터넷전화(VoIP) 사업자나 IPTV 사업자들은 인터넷망에 대한 이용대가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