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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삼성전자에만 스마트TV 인터넷망 접속제한 … LG전자는 제외

[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KT가 트래픽 과부하로 인한 네트워크 불안정을 이유로 내일(10일)부터 스마트TV의 일반 PC 인터넷망 접속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의 스마트TV 판매에 비상이 걸렸다.

KT는 스마트TV가 인터넷망을 '무단'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해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다수의 이용자를 보호하고 시장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접속제한이라는 강수를 둘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스마트TV는 PC와 달리 HD, 3D급 대용량 고화질 트래픽을 장시간 노출시켜 최고 수백배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하기 때문에 "스마트TV를 통한 인터넷망 무단사용이 확대되고 있어 통신망 블랙아웃(Blackout)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KT가 실제로 접속 차단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의 스마트TV 판매 전략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물론 LG전자도 스마트TV를 판매하고 있지만 KT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만 이 같은 '선전포고'를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스마트TV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망이용 대가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협상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게 이유다.

스마트TV는 가정에서 컴퓨터처럼 인터넷과 연결해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TV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력 제품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전체 TV 판매 가운데 절반 가량을 스마트TV로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을 정도로 스마트TV 판매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어제(8일) 새로운 스마트TV를 출시하며, 이번 주말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따라서 KT의 스마트TV 인터넷망 접속 제한은 삼성전자에 큰 타격이 될 수 밖에 없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TV 신제품 발표회 바로 다음날 날벼락을 맞은 셈이 됐다. 삼성전자의 스마트TV 발표일을 전략적으로 노리고 접속차단 선포를 한 것일 수도 있는 모양새다.

실제 차단으로 이어진다면 KT 유선인터넷망 이용자들은 PC를 통해 인터넷은 이용할 수 있고 방송도 볼 수 있지만 스마트TV 앱은 이용하지 못하게 돼 스마트TV의 효용성은 떨어지고, 이는 곧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KT에 이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도 KT의 조치에 가세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도 접속 제한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KT의 이번 조치에 대해 "소비자 누구나 차별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며, 더욱이 스마트TV 데이터 사용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또 "KT측에서 삼성전자가 협상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제조사, 통신사 등이 모두 참석하는 포럼을 통해 충분히 논의를 하고 있었다. 결국 (돈을 목적으로) 따로 만나서 얘기하자는 거 아니냐"며 반발했다.

그러나 KT는 이번 조치가 망중립성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효실 KT 상무는 "스마트TV는 인터넷망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망 트래픽에 우선순위를 두고 차별적으로 서비스하면 안 된다는 망 중립성 원칙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누구든지 전기통신설비를 파손하거나 기능에 장해를 줘 전기통신의 소통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제79조을 근거로 이번 조치가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주장이다.

김 상무는 "스마트TV는 PC와 달리 고화질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엔터테인먼트 기기"라며 "스마트TV가 활성화하면 다른 초고속인터넷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망 사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으면 안정적인 망을 구축할 여력이 생긴다"며 "이용대가를 포함한 큰 틀의 협력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해 이번 접속제한 조치를 통해 삼성전자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 '망 이용 대가'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정부(방송통신위원회)가 직접 나서 이번 사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소비자를 볼모로 하는 행위인 것만은 확실하다"며 "스마트TV가 동영상의 경우 IPTV 대비 5~15배, 실시간 방송중계는 수백배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KT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서는 방통위가 검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