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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그리스에 2차 구제금융 조건 '최후통첩'… "15일까지 수용여부 결단해야"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2차 구제금융 지원과 관련해 그리스 정치권의 합의가 이뤄졌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3억2천500만 유로(약 4천834억원) 규모의 추가 긴축 등 3대 선결조건을 구제금융 지원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다음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가 열리는 오는 15일(현지시간) 이전까지 조건 수용 여부를 결정하라며 그리스에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했다.

이에 따라 2차 구제금융 지원 여부는 그리스에게 공이 넘어가게 됐지만, 노동계가 긴축에 항의하는 새로운 파업을 계획하는 등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 마지막까지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9일 저녁 브뤼셀에서 유로그룹 긴급회의를 마친 뒤 "지난 며칠간의 중요한 진전에도 불구, 오늘 (구제금융 지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필수적인 요소들을 완비하지 못했다"며 "다음 유로존 비상회의가 열리는 오는 15일까지 ▲올해 3억2천500만 유로의 지출 삭감 계획 제시 ▲긴축 조치 및 경제개혁에 대한 의회 비준(12일) ▲ 4월 총선 이후에도 긴축 및 경제개혁 조치를 이행한다는 그리스 연정 지도자들의 약속 등 3대 조건을 그리스가 수용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융커 의장은 "이들 조치는 4월 총선 이후에도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원만하게 이행되도록 담보하는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들 세가지 요소는 우리가 (구제금융 지원)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해결되어야 한다"며 "간단히 말해 (긴축조치의) '이행'없는 (구제금융) '지출'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리스가 이들 조건에 동의할 경우 오는 15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의 부채 중 1천억 유로를 탕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채교환 합의에 동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뿐 아니라 유로존은 그리스에 부채 상환에만 사용하는 별도 계정을 설치하는 것을 구제금융 제공 조건의 하나로 요구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이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로 집행될 구제금융 기금과 정부 예산 중 일부를 별도 계정에 예치, 빚 상환에만 쓰도록 하는 이 구상은 주권국가의 재정정책에 대한 중대한 개입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그리스가 반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편, 그리스의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 지 말지를 15일 유로그룹 회의 이전에 결정해야 한다면서 "어려운 결정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제금융 수용과 관련한 그리스 의회의 비준, 구제금융에 따르는 조건을 이행한다는 주요 정당들의 서면 약속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누구도 다른 사람 뒤에 숨을 수 없다"며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리스 정치권은 앞서 이날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가 제2차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가로 요구한 추가 긴축과 재정개혁 조치 수용 여부를 논의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저소득층 노령연금 3억 유로 추가감축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지 못했다. 또 이와 별개로 3억2천만 유로 상당의 추가 긴축 조치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노동계는 10일부터 그리스의 재정긴축 조치에 따른 임금과 연금혜택 삭감에 반대하는 48시간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