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영진 기자] 시멘트 가격 인상을 둘러싼 시멘트·레미콘·건설업계의 갈등이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이에 따라 파국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시멘트 제조업체들이 시멘트 가격을 t당 6만7천500원에서 7만6천원으로 인상한다고 통보한 지 한 달 만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시멘트 업계의 가격 인상 통보가 있은 후 시멘트 최대 수요자인 레미콘업계는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레미콘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시멘트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연히 예상된 일이었다.
중소 레미콘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달 31일 대표자회의를 열고 시멘트 업계가 일방적인 시멘트 가격 인상을 철회하지 않으면 2월22일부터 조업을 전면 중단하고 강공에 나섰다.
그러자 레미콘과 시멘트를 모두 사용하는 건설업계에서도 시멘트 업계의 요금 인상 통보에 대해 초강수를 내놓았다.
31개 대형건설사 자재담당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이하 건자회)는 지난 9일 총회를 열고 시멘트 가격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13일부터 업계 1,2위인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의 시멘트 제품 및 이들 회사 계열의 레미콘 제품을 구매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시멘트 업계도 이미 가격 인상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7일부터 시멘트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 인상과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이들 3자가 모두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 어느 한 곳의 일방적인 양보만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멘트 업체는 시멘트 제조원가의 35%를 차지하는 유연탄 국제시세가 2009년 미화 90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140달러대로 껑충 뛰어올라 '만들수록 적자'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레미콘업체들은 시멘트뿐 아니라 골재와 혼합재 등 시멘트 외 나머지 원료값도 함께 올랐는데 건설업체들이 레미콘 가격을 충분히 올려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멘트 가격의 30% 인상으로 레미콘 제조원가가 크게 올랐는데도 건설사들은 레미콘 가격을 10%도 채 올려주지 않았다.
건설업계도 공공토목 발주 감소와 주택경기 부진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데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부실화로 중견·중소업체들이 속속 무너지는 상황에서 시멘트, 레미콘 등의 원가 부담까지 더해지면 버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중소 레미콘 기업들의 조업중단 예고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데다 날씨가 풀리는 다음달부터 건설 공사의 증가로 시멘트, 레미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느냐, 타결 국면으로 접어드느냐는 금주 중 갈림길에 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들 3사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파국을 막으려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멘트 업계는 지식경제부에 사태 해결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 지경부가 건설사 소관 부처인 국토해양부와 중재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토부는 지난 10일 건자회로부터 가격 인상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받고 건설업체들의 입장을 청취하는 등 사태 파악에 나선 상태다.
레미콘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나설 것으로 보여 시멘트 가격의 인상을 철회하거나 인상폭을 낮추는 식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며 "건설업체들이 주택 건설 단가가 올라간다고 협박하면 총선을 앞둔 정부가 겁을 낼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