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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전통 '솔표' 조선무약 결국 문 닫나

[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우황청심환'과 '위청수', '쌍화탕' 등으로 유명한 88년 전통의 한방생약업체 '솔표' 조선무약이 간판을 내리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는 법정관리 중인 조선무약에 대해 채권자인 국민연금기금 운용사가 회사의 미래가 없어보인다며 정상 영업을 유지한 채 공장 매각 등을 진행하는 '회생절차'에 반대하고 '파산'과 '경매'를 추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노조측은 회사를 살리기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발벗고 나서고 있어 향후 회생절차 개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제약업계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조선무약 근로자들은 최근 복지부에 '국민연금 운용사 케이앤피의 횡포에 대한 근로자들의 호소'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 따르면, 조선무약의 담보권채권자인 국민연금기금 운용사 케이앤피베스트먼트(이하 케이앤피)는 지난해 새로운 회생절차 개시를 위한 법원 심리 과정에서 "회사의 미래가 없어 보인다"며 회생절차 자체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출, 지난 2010년 11월 두번째 회생절차를 신청했으나 시작되지 못하고 회사가 공중분해될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1925년 설립돼 한방생약의 대중화를 선도해왔던 조선무약은 3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대표적인 국내 한방의약품 업체로 자리매김을 해왔지만 2000년대 들어 과도한 연구개발비와 의약분업에 따른 영업부진으로 자금난을 겪게 됐고 2002년 채권자 98%의 동의를 얻어 화의절차에 들어갔지만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수십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자금 사정이 더 나빠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8년 6월 판매도매업체의 40억원 부도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처한 뒤 2009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신청(구 법정관리)을 했지만 2010년 폐지 결정이 났다.

조선무약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국민연금04-3케이앤피기업구조조정조합'은 원금 107억원어치(공장부동산 담보권 175억원)의 채권을 인수했다. 케이앤피는 이 투자조합의 돈을 대신 운용하는 대행사다.

조선무약은 지난 2010년 11월 수원지법에 다시 현재의 합자회사를 주식회사로 바꾸는 등 두 번째 회생절차를 신청했으나, 케이앤피의 반대로 지금까지 회생절차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케이앤피는 회생절차가 무의미하고 파산과 경매 외에 채권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측 임직원은 그동안 재기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고 회생 여력도 충분하다며 케이엔피측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미 전체 인원의 25%인 30명이상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했고, 지난해 복지부의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허용으로 위청수·솔청수 등 5개 품목이 편의점 등에 풀려 제품 생산량도 2배이상 늘어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또 현재 공장 부동산 가치가 460억원을 넘기 때문에 공장만 팔아도 케이앤피 채권 등을 충분히 갚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선무약 임직원들은 빠른 시일내 회생절차를 시작, 영업과 생산 활동을 유지하는 가운데 공장을 옮겨 그 매각 대금으로 케이앤피의 담보채권을 변재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만약 케이앤피의 주장대로 회생절차 없이 경매를 통한 파산 정리가 시작되면, 케이앤피는 담보설정금액 175억원을 회수하겠지만 500여명 근로자와 가족들의 생계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조선무약과 납품 등 거래 관계인 일반채권자들도 빚을 돌려받지 못한 채 또 다른 부도 위험에 놓인다는 게 조선무약측의 주장이다.

조선무약 임직원들은 탄원서에서 "근로자와 고용주가 내는 연금보험료로 조성된 국민연금기금은 투기성 외국자본과 달리 단순히 투자금 회수가 목적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국민 복지를 고려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